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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한중관계사론
- 저자 : 김형종
- 출판사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책 소개 19세기 후반 조선-청의 외교 관계에 나타난 ‘편법’ 외교라는 특성 이 책에서는 특히 19세기 후반 조선(한국)과 청의 외교적 관계의 특성을 ‘편법’ 외교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천조상국(天朝上國)을 자처하면서 조선을 ‘속국’으로 간주하였던 청은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의 도전 아래 대등한 독립 주권 국가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근대적 외교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천조상국이라는 체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청은 마지막 조공국으로 남은 조선에 대해 전통적 조공 관계와 근대적 외교 관계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그 사이의 빈틈을 노리는 ‘편법’을 계속 모색하였다. 조선은 속국이지만 종래 내정·외교는 스스로 해 왔다는 ‘속국자주’론이나 조선이 서구 국가와 조약을 체결할 때마다 각국에 보내도록 요구한 ‘속방조회’라는 것은 그 대표적 사례가 된다. 이를 통해 청은 ‘속국’ 조선을 근대적 식민지·보호국으로 ‘치환’하려는 사고를 보여 주었으며, 이후 조선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상국의 ‘체통’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김형종 교수는 이러한 설명을 통해 청이 근대적 외교 체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관념을 받아들이는 데 여전히 큰 한계가 있었음을 입증하였다. 이 점은 조선과 청이 근대화에 실패한 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논파하고 있다. 작가정보 김형종(金衡鍾) 서울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근대사를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아틀라스 중국사』(공저), 『청말 신정기의 연구』, 『1880년대 조선-청 공동감계와 국경회담의 연구』가 있고, 역서로 『신중국사』, 『중국현대사상사론』, 『진인각, 최후의 20년』, 『1880년대 조선-청 국경회담 관련 자료 선역』, 『서문으로 보는 중국의 역사 사상』, 『복혜전서』 1-3, 『국역 《청계중일한관계사료》』 1·2·3·4·5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청의 조선 정책은 1882년을 전후하여 분명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좋다. 이른바 유길준의 ‘양절체제’론이나 권혁수가 제기한 ‘하나의 외교, 두 가지 체제’라는 분석의 틀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당시 청과 조선의 관계는 전통적 상국-속방 관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대적 종주국과 속국(보호국)의 관계가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데다가, 이것은 만국공법이나 조약을 통해 새로운 시대변화에 맞춘 관계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 말 수많은 관료·사대부들이 조선의 외교나 정치를 “청이 대신해서 [조선의 정치를] 주지하는(‘代爲主持’)” 방안으로 조선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과 통제(內地化나 州縣化, 監國大臣의 파견이나 保護國化 등)를 제안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청의 조선 정책을 책임진 직예총독 겸 북양대신 이홍장은 시종일관 청이 뒤에서 “몰래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密爲維持保護)”을 선호하는 태도를 고집하였다. 그는 조선에 대한 통제권 강화에는 기본적으로 동조하면서도 고위 관료나 감국을 파견하게 되면 사사건건 열강에 대해 중국이 그 책임을 지게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이 지금까지 간여하지 않았던 조선의 국내 정치에 개입하면 이러한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속국자주’론에서의 이탈)은 조선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를 내세워 이를 줄곧 반대하였다. 이것은 시종일관 견지되는 이홍장이나 청 조정의 조선에 대한 거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본문 14쪽 대등하고 독립한 주권국가 사이의 교섭이라는 원칙을 수용하는 것 자체가 중국과 주변 국가의 위계질서를 전제로 한 천조체제를 바탕으로 삼는 청 왕조의 정통성·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러한 ‘치환’의 희망은 여전히 근대적 국제질서의 전면적인 수용을 거부하면서 무너져 가는 천조체제와 천하관념을 억지로 지탱하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한 청의 일방적 ‘상상’과 ‘희망’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청·일전쟁에서의 청의 패배와 이후의 사태 전개에 보이는 국제법, 나아가 힘의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제국주의의 전성기라는 현실 세계의 정치적 전개는 이러한 상상과 희망의 실현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52쪽 조선이 문호개방 정책을 취하던 초기에 청의 협조를 간절하게 원하였던 것과는 달리, 1880년대에 들어와 청의 개입이 본격화되어 조선의 왕권과 국정에 심각한 잠재적인 위협으로 등장하자, 도리어 조선 측의 반발이 강력한 움직임으로 나타나게 된 것은 앞으로 살펴볼 양국 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양국 관계가 가장 밀접하면서도 동시에 조선의 반발이 가장 강하였던 갈등과 마찰의 시기로, 수백 년에 걸친 양국 관계에서는 오히려 예외적이었던 시기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255쪽 이화원이 1860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지 이미 20년이 지났는데, 광서제를 사실상 괴뢰로 만들어 권력을 독점한 자희태후는 광서제가 성년이 되어 친정을 하게 되면 ‘귀정(歸政)’한 다음 노후를 보낼 곳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1886년부터 이화원 공사를 시작하는 사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청불전쟁이 끝난 다음 거의 1천만 냥에 가까운 경비가 들어갔다고 하는 이화원의 재건을 주동한 책임자 순친왕 혁현(광서제의 親父)은 1885년 성립된 해군아문대신(海軍衙門大臣)으로 9년 동안 재임하는 도중, 그 경비를 여기에 빼돌리느라 단 1척의 새로운 군함도 구매하지 않았다. 따라서 청·일전쟁 패배의 ‘원인(遠因)’은 「천진조약」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점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청 말자강운동의 ‘실패’ 원인을 중심 지도층의 소질 불량과 관련하여 논의할 경우, 무엇보다도 거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장기적인 정치적 통찰이나 계획이 전혀 없었던 자희태후, 즉 그녀의 ‘오국(誤國)’·‘화국(禍國)’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이화원의 곤명호에는 여전히 자희태후가 해군아문 경비를 빼돌려 만든 대리석 유람선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면서, 청 조정의 무능과 부패를 여실히 상기시켜 주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 480-482쪽 이 때문에 ‘평행지국’으로서의 양국의 외교 관계가 20세기에 접어들 무렵에야 정식으로 출범하였지만, 양국이 그러한 관계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중국의 의화단 사건이나 러·일전쟁 등 국제적 격변이 거듭되고, 일본의 한국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양국의 외교 관계는 곧바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조약」 후인 1906년 2월 총리아문은 다른 나라처럼 주한 공사를 철수시키고 대신 총영사 마정량(馬廷亮)을 파견하였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병되고, 1911-1912년의 신해혁명으로 청이 무너지면서 그는 청에서 파견한 마지막 총영사가 되었다. 이후 거듭된 정치적 격변으로 말미암아 주지하듯이 양국이 다시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기까지 상당한 긴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청·일전쟁의 패배로 확인되는 중국의 조선 정책의 실패가 양국이 거의 비슷한 무렵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몰락’을 맞이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은 광서제가 ‘보거순치(輔車脣齒)’로 표현하였던 양국 관계가 지닌 무게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8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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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필패
- 저자 : 야성 황
- 출판사 : 생각의힘
책 소개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MIT 교수 야성 황이 파헤친 중국식 국가 확장의 역사와 한계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질서에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중국인의 인식론 바탕에는 EAST의 첫 글자이자 토대가 되는 시험, 과거(科擧) 제도가 있다. 587년 수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해오면서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EAST 공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이 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해체도면을 그리며 중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야성 황 대학/대학원 교수 Yasheng Huang, 黄亚生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 1960년 베이징 출생, 1985년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부를 졸업하고 1991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푸단대학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재직했다. 저서로는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Capitalism with Chinese Characteristics》《중국을 세일즈하다Selling China》《중국의 인플레이션과 투자 통제Inflation and Investment in China》 등이 있다. 번역 박누리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20대에는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로, 30대에는 한국과 일본 굴지의 테크 기업에서 자본 시장 업무를 담당한 테크업계 금융인으로 살았다.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인문학적 두뇌와 자본 시장의 감성을 품고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에 기고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재닛 옐런: 유리 천장을 뚫은 우리 시대의 경제학자》 등이 있다. 추천사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잊히고 생략된 시절인 중국의 80년대를 재발견하는 데서 출발하여 오늘날 시진핑 시대를 해석하고 전망하는 놀라운 책이다.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집요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어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렵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지금 온갖 중국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남보다 한 차원 더 깊은 비밀과 통찰에 도착한 자의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국 必敗와 必覇, 둘 중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독자 몫을 남겨 놓은 한국어판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읽고 판단하기 바란다. 앤드류 네이선 (〈포린 어페어스〉) 책 제목의 EAST는 중국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부제에 나열된 중국 역사의 네 가지 열쇠를 의미하기도 한다. 6세기에 시작된 중국의 과거 시험은 엘리트 계급을 지향하는 이들이 국가에 봉사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도록 강요했다. 독재는 국가 내부의 세력 간 균형과 국가 외부의 사회적 권력 중심을 제거함으로써 성장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오랜 전통을 나름의 독자적인 형태로 도입함으로써 자해에 가까운 혼란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왕조들이 최고 수준의 안정을 위해 치른 대가는 기술의 침체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혁신, 기업가 정신, 경제 성장을 위해 시스템을 개방했다. 그러나 이제 저자는 시진핑의 현대화된 제국주의 통치와 자유에 대한 탄압이 중국이 짧은 기간 누렸던 역동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저자만의 광범위하고 흔들림 없이 예리한 분석은 시진핑의 ‘중국몽’이 문자 그대로 일장춘몽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민신 페이 (〈차이나 쿼터리〉)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명석하며 통찰력 있는 이론적 주장은 물론 방법론적 완성도 역시 주목할 만한 책. 광범위한 비교 사례와 탄탄한 통계 분석을 활용하여, 한 제도의 도입이 중국 역사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는지 설명한다. 우아하고 이해하기 쉬운 스타일로 쓰여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에게 완벽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출간과 동시에 고전에 반열에 오를 만한 책. 이론적 야망과 학문적 빼어남을 보여주는 영감이 가득하다. 책 속으로 과거 제도는 중국 사회의 사분면과 역사를 넘나들며 깊이 침투했다. 중국의 모든 것을 아우르며 수많은 중국인의 시간과 노력을 무지막지하게 요구했고, 가치, 규범, 사유의 인큐베이터가 되어 중국인의 정신적 기반에 자리하는 이념과 인식론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제도는 또한 국가의 권력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국가 기관이기도 했다. 국가는 직접적으로는 최고의 인적 자본을 독점했고, 간접적으로는 종교 기관, 상인 집단, 지식인 집단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사회적 접근을 박탈했다. _13쪽, 머리말 동질성(homogeneity)과 이질성(heterogeneity)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은 규모와 범위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중국 역사의 기저에 흐르는 근원적인 주제이다. 진승·오광의 난은 규모와 범위의 복잡성을 무시할 경우 위험을 자초한다는 교훈을 드러낸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이러한 긴장이 발생할 때 동질성을 위해 이질성을 희생시키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데올로기에서는 유교나 공산주의라는 하나의 사상이 다른 사상을 죽이면서 힘을 얻었다. 정치에서는 황제나 중국공산당 총서기 등 단 한 명의 통치자가 다른 권력 중심들을 눌렀다. 관료 사회에서는 한 유형의 인적 자본인 유학자 관료들, 또는 테크노크라트들이 다른 유형의 인적 자본을 몰아냈다. _21~23쪽, 서론. EAST 공식이란 이 책의 핵심은 중국의 독재가 깊숙이 뿌리내리며 확고하게 지속해온 토대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독재 실행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EAST 공식의 첫 글자인 관료 채용 시험과 능력주의는 여러 세대에 걸친 중국 독재자들의 손끝에서 이러한 동질화 실행 도구가 발명되고, 확장되고, 성숙한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심적으로 등장한다. _42~43쪽, 서론. EAST 공식이란 국가는 규모와 범위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유지해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진나라는 문자 그대로 균형을 잘못 잡음으로써 자멸했고, 수나라는 범위 조건을 무시해 중국의 기술 우위를 낭비했다. 시진핑은 개혁개방 시대의 수많은 이질성을 말살함으로써 이전 시대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와 기술을 망가뜨리고 있다. _54쪽, 서론. EAST 공식이란 역사학자 첸무는 팔고문을 가리켜 “인간 재능의 가장 큰 파괴자” 라 불렀다. 그러나 팔고문이 채택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태생적으로 주관적인 주제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또 지원자 후보군이 크면 클수록 표준화된 형식이 필수적이다. 확장은 표준화를 요구했다. _97쪽, 1장. 규모 확장 수단으로서의 과거 제도 1978년에서 2018년 사이 개혁개방을 내세운 중국공산당은 그 균형을 찾아냈다. 개혁개방주의자들은 지방에 상당한 수준의 자율을 부여하여 ‘M자형 경제’로 알려진 구조 안에서 신생 기업의 진입과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지나친 지역 자율의 잠재적 위험도 간과하지 않았고, 중국공산당의 중앙집권적 인사 관리의 틀 안에 M자형 경제를 집어넣었다. 그 결과 탄생한 시스템은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자율을 제약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의 인센티브를 형성하고 구조화한다. _106쪽, 2장. 중국의 조직화 - 그리고 중국공산당 나는 1장에서 과거 중국 제국이 고도로 형식화된 과거 시험의 성과에 따라 확장되었다고 가정했었다. 그렇다면 그 과거 시험 성적에 상응하는 현대의 능력주의적 성과 지표는 무엇일까? 바로 GDP이다. 여기서는 GDP라는 단일 지표에 기반한 인사 통제와 M자형 경제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장르가 있다. 전자에는 후자의 존재가 필수다. _122쪽, 2장. 중국의 조직화 - 그리고 중국공산당 조지프 헨릭은 자신의 저서 《위어드》에서 왜 서양이 다른 문명들과 다른지 그 문화적, 심리적 뿌리를 탐구한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빈곤과 퇴보에 빠져있던 시기에 서양은 처음으로 교육, 산업화, 부, 민주주의를 이룩했다. (…) 매우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지만, 그의 공식을 중국에 적용하면 눈에 띄는 변칙이 나타난다. 고대 중국의 특징은 사회 엘리트층을 넘어선 대중적 문해력이었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문해력에 기인해야 하는 근대화의 효과는 전혀 얻지 못했다. 중국의 문해력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즉, 높은 수준의 기초 문해력이 더 폭넓고 보편적인 문해력을 위한 씨앗을 심지 못했다. EAST 공식은 중국의 문해력이 오히려 정반대 효과를 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_176~177, 3장. 사회 없는 국가 표준화된 시험은 정답과 가치 정렬을 위해 권위에 의존하고 숭앙하는 정신적 습관을 만든다. 또한 표준화된 시험은 교육학자들이 복잡하고 이질적인 사회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데 필수적인 정신적 특성이라고 분류하는 것들을 평가절하한다. 여기에는 비판적 사고(의견의 독립성, 논리와 추론에 대한 신뢰), 다양성 인정(우리 주변의 세계가 이질적이라는 인식), 공감(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능력)이 포함된다. 과거 제도는 이러한 자유주의적 가치를 모조리 부정한다. _184~185쪽, 3장. 사회 없는 국가 순응이 승리의 공식이었다. 이 강력한 문화적 전통에 젖어 있는 수험생들이 개인적 요소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전제 국가는 과거 시험을 통해 인간의 관점뿐 아니라 정치의 공통 언어까지 독점했다. _187쪽, 3장. 사회 없는 국가 덩샤오핑, 후야오방, 자오쯔양이 이끌었던 1980년대는 시진핑의 중국이라는 시점에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1980년대 중국을 특징짓는 놀라운 수준의 권력 분산, 이념적 다양성, 눈부신 경제 성과는 1989년 6월 4일 천안문 항쟁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러한 업적들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 개혁을 전부 뒤집으면서 끝장났다. 혁명 원로들은 천안문 이후 당 지도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권력 중심을 희생시키면서 중국공산당 총서기라는 단 하나의 직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러한 누적 투자의 수혜자가 바로 시진핑이다. 역설적으로 천안문은 미래의 독재자를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_197쪽, 4장. 권위주의적 평균으로의 회귀 천안문 이후 중국 지도부는 왜 국유기업 민영화와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농촌 기업가 정신은 억압했을까?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1990년대의 이러한 편향된 자유화는 1980년대와 비슷한 GDP 성장률을 가져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었다. 이 전략은 중국 역사에서 수직적 자본주의, 즉 국가에 의존하는 자본주의를 재창조했다. _226쪽, 4장. 권위주의적 평균으로의 회귀 덩샤오핑과 천윈은 입헌 민주주의는 배제했지만, 적어도 세 개의 통치 기관인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중앙군사위원회, 국가 주석에게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의미 있고 합리적인 방식을 취했으며, 중국 정치 체제에 견제와 균형의 역학을 잠재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중앙고문위원회를 창설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마찰적인 독재 체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1989년 이후 이 체제를 스스로 말살해 버렸다. 오늘날 인격 숭배가 부활하고 문화대혁명의 ‘지저분하고 잔인하며 짧은’ 정치의 망령이 또다시 중국을 배회하고 있다.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두 전임자가 세운 선례를 깨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중국은 재앙과도 같았던 마오쩌둥의 종신 집권 체제로 완전히 돌아갔다. 마오쩌둥 시대는 독재적이었고 경제적 파탄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권력 투쟁과 후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향후 중국을 기다리고 있는 불길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_244~245쪽, 4장. 권위주의적 평균으로의 회귀 즉, 중국식 시스템은 적합한 사람을 포용하고 부적합한 사람을 배제하는 데 탁월했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면서도 통치에 대한 도전은 피해갈 수 있었던 그 시스템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인적 자본에 등수를 매기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독재자가 이러한 시스템을 고안한다면 과거 제도와 매우 흡사할 것이다. _267~268쪽, 5장. 무엇이 중국의 전제 정치를 안정적으로 만드는가? 유교는 본질적으로나 통치 수단으로서나 독재자의 이데올로기이다. _282쪽, 5장. 무엇이 중국의 전제 정치를 안정적으로 만드는가? 중국공산당은 ‘시스템’을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조직 경제학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서로 연결된 계약들이 집합’, 즉 인센티브와 규칙과 제약의 집합과 배열로 보는 태도 덕분에 생존했다. 이 개념에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산수 계산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부패 캠페인을 벌여서 10만 명의 부패 공무원이 숙청되면, 국가는 전체 명단에서 10만 명을 뺀 만큼 더 깨끗해진다. 100만 명의 공무원이 숙청되면 국가는 100만 명만큼 더 깨끗해진다. _299쪽, 6장. 털록의 저주 나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로 220년부터 581년까지, 즉 위진남북조 시대를 꼽는다. 중국 역사에서 이 시기는 혼란스럽고,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경쟁이 치열했고, 정치적으로도 분열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로마 제국이 무너진 후 ‘다원화된’ 유럽과 매우 흡사했다. 유럽과 또 다른 유사점이 있다면 이 시기가 기술의 전성기였다는 점이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왕조 시대 중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CDI 지수인 31.1을 기록했다. 이 시기는 중국의 ‘유럽의 순간’이며, 심지어 유럽보다 먼저 그 지점에 도달했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220년에 시작했지만, 로마 제국이 무너진 것은 476년이다. _388~384쪽, 7장. 니덤 문제의 재구성 중국 대학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감독을 받으며, 정부가 운영에도 아주 세밀하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엄밀하게 말해서 모든 중국 대학은 관료제의 일부이다. 각 대학은 재정부나 외교부처럼 행정상의 위계가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 대학교와 칭화대학교는 차관급으로, 하위 대학들 대비 여러 특권을 누린다. 중국의 대학 총장은 정부가 임명하며, 대학 내에서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시행되고 있다. 교수진은 학장이나 총장과 같은 지도자들의 행정적 부속물이다. 연구비는 정부 지원으로 충당된다. 미국에서도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이나 국립보건원과는 달리 학계보다 관료들이 연구비 지원 결정에 더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_416쪽, 8장. 정부 공화국 프라사드의 글은 중국이 홍콩을 생각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그 사고방식은 완전히 틀렸다. 홍콩이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가 되어버리는 순간, 중국의 수많은 첨단 기술 기업가들이 합법적인 차익거래 기회와 그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시진핑 체제에서 훼손당한 것은 홍콩의 자치권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는 다시 중앙집권화되었고, 실용주의를 내세웠던 당의 개혁주의자들이 고안한 이단적 모델은 중국의 적대적인 외교 정책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_438쪽, 8장. 정부 공화국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남한을 지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북한 모델을 수용하고 있다. _445쪽, 9장. 시진핑의 공산당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은 더 큰 정치적, 개인적 안전을 위한 모색이 되어갔다. 수잔 셔크는 “시진핑은 당과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정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고 지적한다. 무기가 되어버린 반부패 캠페인의 악영향과 남은 규범과 양심의 가책이 시진핑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시진핑은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다. _450쪽, 9장. 시진핑의 공산당 중국은 경제 발전과 지리적 여건이라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동아시아는 민주주의의 활기가 넘친다. 한국과 대만은 오늘날 중국보다 훨씬 높은 소득 수준에서 체제 전환을 시작했다. 동아시아의 이런 패턴에서 눈에 띄는 예외는 중국과 북한이다. 민주화의 ‘제3의 물결’은 중국 해안에 도달하지 못했다. (…) 중국의 GDP는 한국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정치 체제는 북한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냉정한 현실이다. _499쪽, 10장. EAST 모델을 깨고 나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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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중국사
- 저자 : 김훈종
- 출판사 : 지식의숲
책 소개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을 안팎에서 조명 세계 각국의 관계사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발전적 인식 제시 중국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한 나라의 역사는 실은 그 나라만의 역사일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지역과 나라는 다른 지역과 나라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를 중국 안에서 혹은 밖에서만 본다면 그건 반쪽짜리 역사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톺아보려면 동아시아사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급변하는 세계정세의 흐름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중국의 참모습을 살펴봐야 한다. 《문제적 중국사》는 중국사의 세계사적 지점을 조망한다. 중국과 세계 각국의 어떠한 관계를 맺고, 그 결과 중국 내부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중국이 다른 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본다. 왜 하필 지금 중국일까?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한동안 이어진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주변국과의 지리적·심리적 거리 및 태도에 큰 폭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이 세계 5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중 정서가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이 꼽혔다. 이제 ‘반중’이라기보다 ‘혐중’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정서가 악화되고 있다.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 우리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처하는 중국 공산당의 봉쇄일변 정책, 대만을 언제든 침공하겠다는 야욕을 숨기지 않는 시진핑의 노골적 태도 등 어느 하나 함함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이상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는 가깝고, 심리적으로는 멀어져 있는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주변국에 반감의 정서를 높이기만 하는 것은 양국의 정치적·문화적·경제적 교류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치 냉전시대로 회귀한 듯한 지금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중국과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기에 시의적절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사에서 원·명·청·근현대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문제적 중국사》는 유목 민족이 세운 세계 최대 제국 ‘원’, 남쪽 바다를 누빈 한족의 통일 왕조 ‘명’, 만주족이 일으킨 마지막 통일 왕조 ‘청’, 아시아 최초의 공화제 국가와 일국양제 구도의 ‘근현대 중국’이라는 네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원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시기는 중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원나라 이후에 세계와 교섭하였기 때문이다.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 중국사의 민낯을 접할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문제적 중국사》는 원·명·청·근현대 중국을 통해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중국사 이면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퇴행적 한중 관계를 재전망해 보고자 한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코흘리개 시절 접한 《삼국지연의》 덕택에, 중국 문화의 매력에 푹 빠져 버린 후 귀밑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국 일주를 꿈꾸고 있지만, 매일매일 생방송을 해야 하는 라디오 PD를 업으로 삼은 탓에 아직은 그 꿈을 유예하고 있다. 〈하하의 텐텐클럽〉, 〈최화정의 파워타임〉 〈허지웅쇼〉 등 여러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SBS POWER FM 〈딘딘의 뮤직하이〉를 연출하고 있다.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논어로 여는 아침》 등을 썼다. 추천사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광활한 영토를 무대 삼아, 다양한 민족이 개성 있는 나라를 이끌어 간 중국의 ‘문제적 역사’를 쾌도난마처럼 서술한 책이다. 방송 PD라는 본캐를 넘어 중어중문학 전공 저자라는 부캐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한 저자가 이제 중국의 방대한 역사에 뛰어들었다. 어린 시절 칭기즈 칸 노래를 들으며 몽골 제국에 대해 지닌 환상에서 시작하여, 안동소주·쌍화점·화냥년 등 중국사와 한국사가 품은 미시사까지 정리한 센스가 돋보인다. 이적 (가수) 탄탄한 역사적 지식과 절묘한 입담을 겸비한 저자가 종횡무진 펼쳐내는 중국사의 파노라마. 중국과 세계, 우리의 역사를 자유로이 오가며 파란만장한 한중세계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새로운 역사 이야기꾼의 탄생! 책 속으로 정주민과 유목민의 전투력은 격차가 큽니다. 초원은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아닙니다. 일교차가 심하고 야생 동물의 습격에 노출되어 있으며 식수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어릴 적부터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던 유목민은 강인한 전투력을 지닐 수밖에 없죠. 그래서 몽골족의 아이는 다섯 살이면 말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병민일치(兵民一致)’ 사회 시스템입니다. 유목민의 삶은 전투친화적인 요건을 다수 갖추고 있습니다. 약탈이 자연스럽게 체화되고, 약탈이 악행이라기보다는 생존 방법이자 생존 수단입니다. _‘유목민 제국과 정주민 제국의 차이’ 중에서 몽골 제국은 영토의 크기와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더해도 세계 최대 제국이었습니다. 로마는 400년에 걸쳐 최전성기 영토를 정복했지만, 몽골은 불과 25년 만에 인류 역사상 연속되는 가장 큰 제국을 이루어 냈기 때문입니다. 몽골 제국의 경계를 머릿속으로 그려 볼까요? 유라시아 전역을 휩쓴 방대한 제국의 영토지만 몇 안 되는 패배의 기록을 살펴보면 경계가 선명해집니다. 우선, 동으로는 일본 원정에 실패했고, 서쪽으로는 오스트리아 빈을 공격하다가 멈추고 돌아섰고, 남으로는 베트남에 패전하여 정복하지 못했으니 몽골의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죠. 북으로는 러시아에게 계속 승전했으니 패배는 아닙니다만, 혹독한 기후 때문에 더 이상 북진하지 않았습니다. 추위에 진 셈이니 패배이긴 하네요.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경계를 지어 보면 몽골 제국의 영토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되죠. 몽골 제국은 연속적인 육상 제국으로는 인류 역사상 최대 영토를 확보한 겁니다 _‘세계 최대 제국의 좌표’ 중에서 알라딘만 중국인이 아닙니다. 《신밧드의 모험》의 주인공 신밧드도 중국인입니다. 심지어 신밧드의 모델이 된 중국인은 실존했는데, 그의 이름은 마삼보(馬三寶)입니다. ‘삼보’라는 중국 이름이 당대 ‘신바오(Sinbao)’로 불리다가 신바드(Sinbad)로 변형되고, 다시 신밧드(Sindbad)가 된 겁니다. 마삼보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마삼보를 중용하여 그에게 중국에서부터 아라비아반도까지 대항해를 명한 영락제 시대의 정세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_‘신밧드의 본명은 마삼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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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경제사 1956~2020
- 저자 : 우징롄
- 출판사 : 글항아리
책 소개 중국 시장경제학의 대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우징롄이 말하는 중국 경제개혁 70년사! 1980년대부터 중국 경제개혁의 중심에서 시장화 개혁을 이끌어왔으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대표적 이론가인 ‘미스터 마켓’ 우징롄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 계획경제에서부터 시장화 개혁 과도기, 그리고 전면적 개혁개방 추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70여 년 경제사를 망라한다. 이론적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스탈린 등의 경제 모델부터 현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는 소련 및 동유럽과 동아시아의 경제개혁 사례에서부터 또 지금 2020년대 중국의 현실까지 아우르고 또 분야별로 중국의 농촌개혁, 기업개혁, 금융개혁을 각각 치밀하게 다루고 있어 중국 경제개혁의 총결산, 개혁개방의 교과서라 이를 만하다. 특히 단순한 공론가가 아니라 현대 중국 경제에 실질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했고 지금까지도 중국 지도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경제학계의 ‘살아 있는 양심’ 우징롄의 저작이기에 더욱 뜻깊다. 중국 경제의 과거와 현주소를 알고자 하는 모든 이의 필독서다. 작가정보 저자(글) 우징롄 吳敬璉 중국의 저명한 원로 경제학자이자 대표적인 개혁개방 이론가. 1930년 난징에서 태어났다. ‘중국 시장경제학의 대부’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국무원에서 경제개혁을 이끌며 개혁의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중국 정부에 꾸준히 시장화 개혁을 촉구해 ‘미스터 마켓’이라는 호칭을 얻었고, 고령의 나이에도 중국 지도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중국 경제학계의 양심으로도 불린다. 푸단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상무간사 및 경제동태조 조장, 국무원 경제체제개혁방안 판공실 부주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등을 역임했으며, 예일대학, MIT, 스탠퍼드대학 등에서 방문 연구원 및 객좌교수로 재직했다. 1984~1992년 5번 연속으로 쑨예팡 경제과학상을, 2005년 제1회 중국경제학상 걸출공헌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경제개혁 문제의 탐색經濟改革問題探索』 『시장경제로 가는 길通向市場經濟之路』 『시장경제의 기본 구조 구축構築市場經濟的基礎結構』 『법치 시장주의를 촉구한다呼喚法治的市場經濟』 등이 있다. 번역 김현석 서울시립대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중국에서 민국 시기 토지제도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중화인민공화국 시기 자본축적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주로 중국 자본축적과 권력이 공간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번역 이홍규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에서 「기업 집단화의 정치: 경제체제 개혁 중의 중국 기업 집단화」라는 논문으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동아연구소, 아주대 세계학연구소, 성균관대 동아시아지역연구소에서 연구했고 현재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겸 중국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중국의 체제개혁과 민주화 그리고 중국식 발전 모델을 연구해왔고 최근에는 시민 중심의 동아시아 구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모델론』(공저) 『중국 경제성장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공저) 등이 있고 「보시라이 숙청과 충칭모델의 미래」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 민영화가 대세인가: 역사적 경로의존성을 통한 전망」 「시진핑 시대의 국유기업 개혁 방향과 중국모델: 혼합소유제 개혁을 중심으로」 등의 논문을 썼다. 추천사 아오키 마사히코 (스탠퍼드대학 교수) “우징롄이 쓴 이 책의 중요성과 파급력은 신세대 경제학자는 물론 교사·학자·정부 관료·재계 인사와 중국 일반 독자들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 책은 중국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 외국 독자들에게 현대 중국 경제의 포괄적이고, 통찰력 있고, 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그림을 제공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는 이렇게 중요한 경제학 저작은 전례가 없다.” 류준이 (홍콩중문대학 총장) “비교 제도 분석의 이론적 방법을 사용하여 중국 개혁과 개방의 관행을 분석했으며 중국 경제 개혁에 관한 중요하고 건너뛸 수 없는 책이다.” 선롄타오(앤드류 성) (홍콩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전 주석) “이 책은 중국이 어떻게 계획경제 체제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개혁을 진행해왔고 향후의 개혁 방향은 어디여야 할지에 대해 매우 심도 있고 멋진 분석을 제공한다. 세기를 뛰어넘는 중국 역사의 대전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주석이라고 할 만한 이 책은 거시적으로 중국 경제개혁을 다룬 중요한 저서로 독자들에게 추천할 가치가 있다.” 후수리 (『차이징財經』 전 편집장) “이 책은 경제학 분야의 교과서다. 교과서라는 것은 그 성과가 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외국의 많은 경제학자가 이 고전적인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다. 나름의 이론적 틀을 갖춘 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책이다.” 출판사 서평 중국 경제학도들의 필독서이자,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외국 연구자들도 반드시 참고해야 했던 이 시대의 중국경제사 고전인 우징롄의 『당대중국경제개혁교정當代中國經濟改革敎程』이 『중국현대경제사』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돼 나왔다. 이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수많은 연구 실적을 쌓아온 김현석 서울시립대 학술연구교수와 이홍규 동서대 교수가 공역했다. 이 책은 저자가 1995년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개설한 ‘중국경제’ 강의가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는 1998년 강의안을 12개 장으로 나눠 『당대중국경제개혁: 전략과 실시』라는 제목으로 1999년 출판했고, 이후 베이징대학 경제학부 박사과정에서 이 책을 교재로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는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때인지라 이 책은 곧 영문판, 일본어판, 번체자판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책의 수정을 거듭해왔는데 2003년에는 변화된 상황과 발전된 인식에 근거하여 원래의 장과 절의 틀 아래 책 전체를 수정한 개정판을 펴냈다. 한국어판은 이 개정판을 2021년에 또 보강하여 펴낸 개정 제3판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 따라서 가장 최근의 경제 상황도 담겨 있다는 점이 한국 독자들에게는 매우 장점으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걸작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이 책은 중국 경제라는 거대한 실체를 저 높은 곳에 있는 새의 시선으로 거시적·이론적으로 조감함과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 개혁과제를 주도해온 책임자로서 개혁이라는 기계가 땅을 밟고 지나간 선명한 족적을 우리에게 입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이중적 트랙을 통해 1956년부터 2000년대까지 개혁의 역사와 구조를 하나의 긴 두루마리 화폭처럼 제공한다. 책을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총론이고, 2부는 부문별 각론이다. 3부는 거시경제와 사회 차원의 문제를 논했고 4부는 짧은 결론으로 이뤄져 있다. 제1부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질문을 던진다. 중국이 1950년대에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의 개혁을 요구받은 것은 이런 경제체제에 거대한 병폐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경제 체제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의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사회 병폐를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도로 제시되었다. 따라서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한다. (1)사회주의는 사회적 공정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사회적 이상으로서 어떻게 점차적으로 국가 주도의 집중 계획경제 제도로 구체화될 수 있는가? (2)이상적인 것으로 약속된 이 경제 제도가 세워진 후에는 왜 각 사회주의 국가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그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가? 1장은 이러한 문제에 집중했다. 2장은 중국의 50여 년 경제 개혁의 전 과정을 조감적으로 고찰했다. 1956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이미 반세기 이상 개혁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는데, 이 역사 과정에서는 각 단계의 다양한 개혁이 착잡하게 진행되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매 시기의 주요 개혁 조치에 따라 중국의 개혁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1)1958~1978년: 행정적 분권 개혁, (2)1979~1993년: 증량 개혁, (3)1994년부터 현재: 전체적인 추진 이후 점차 전면적인 시장 경제 제도를 수립하였다. 2부의 6개 장에서는 부문별 개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중국의 계획경제제도의 수립은 곡물의 일괄 구매와 일괄 판매에서 출발한 것이며, 1978년 이후의 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도 농촌의 집단경제를 타파하고 가정도급제를 실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농촌개혁을 우선 검토해야 할 과제로 삼았다(3장). 이어서 기업 부문의 변화, 즉 중국 국민경제가 어떻게 방대하기 이를 데 없고, 없는 것이 없는 국가 신디케이트에서 여러 가지 소유제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유기체로 변화했는지를 고찰한다. 전환은 세 가지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 첫째는 국유 ‘단위’를 개조하여 시장경제와 상응하는 현대 기업이 되게 하는 것, 둘째는 국유자본이 점차 일반적인 경쟁 영역에서 철수하는 것, 셋째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민영경제를 발전시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부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 세 부분은 각각 4장과 5장에서 논의된다. 6장에서는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구조 중 하나인 금융기관과 금융 시장, 금융 감독기관으로 구성된 금융 시스템의 구축에 대해 고찰한다. 7장에서는 1993년을 경계로 각각 전후 두 시기의 재정 및 조세 제도 개혁을 소개하고 있다. 8장은 경제 개혁과의 상호 작용으로서의 대외 개방이다. 대외무역 확대·경제특구 설립·대외개방 도시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 방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둔 후, 중국은 마침내 2001년 12월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여 전면개방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제3부는 거시경제와 사회정치적 측면의 문제를 논의하는데,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9장은 새로운 사회보장체계의 수립 문제를 고찰하고, 새로운 사회보장체계의 수립과 관련된 정치경제학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한다. 10장은 각각 단기적 시각과 장기적 시각에서 전환기의 거시경제 문제를 살펴보는데, 여기에는 항상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문제, 즉 어떻게 경제 성장 모델을 전환하고 산업 자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문제가 포함된다. 11장은 전환기의 사회적 관계와 정부 기능을 고찰한다. 전환기는 사회 모순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심지어 첨예한 사회 모순이 형성되는 시기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사회구조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는데, 예를 들면 주로 전문 인력(사무직 노동자)으로 구성되어 사회 화합과 안정을 추구하는 중간계급이나 중산층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부패가 만연하고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사회 모순도 두드러진다. 이러한 사회 모순의 영향 아래, 1970년대 말 개혁 초기의 수호명령경제와 시장 지향 개혁을 주장하는 이 두 종류의 사회세력이 이중체제 하에서 행정권력의 유지 강화와 임대 환경의 확대를 주장하는 제3의 사회세력으로 분화되었다. 이렇게 조세를 찾아 이익을 추구하는 특수 이익 집단은 시장화 개혁의 역사적 수레바퀴를 돌려 그것을 법치 시장 경제의 방향에서 벗어나 권력 자본주의 혹은 관료 자본주의의 기로에 서게 하려고 힘쓴다. 따라서 도대체 어떤 경제 체제와 정치 체제를 세우느냐가 전환기의 첨예한 사회 정치 문제가 되었다. 그것의 핵심은 대변혁 속에서도 사회를 공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정부가 경제 변혁에서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느냐가 특히 중요하다. 정부가 응분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면 정치 개혁을 가속화하고 정치 문명을 향상시키며 민주 정치를 수립하고 법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마지막 편은 12장으로 소략하게 책의 결말을 짓는다. 그중에서도 사회주의 시장경제, 즉 사회의 공정과 공동 번영을 목표로 하는 시장경제의 미완성 개혁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각 장의 주요 내용 제1장 계획경제의 건립과 개혁 문제의 제기 1956년 중국공산당 제8차 당대회에서 ‘경제관리체제 개혁’ 추진을 결정한 것부터 계산하면 중국의 경제체제 개혁은 이미 반세기를 넘었다. 전 지구적 범위에서 보면 중국의 개혁 추진 노력은 독립적인 현상은 아니다. 같은 시기에 여타 많은 사회주의 국가 역시 많든 적든 시장의 힘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개혁을 진행하여 소련식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명령경제’체제라고도 부른다)의 효율 저하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 개혁이 세계적 현상이었다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피할 수는 없다. 사회주의 국가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를 사회주의의 표준적 경제 모델로 삼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체제 수립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경제체제 개혁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장은 역사적 측면에서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 두 가지 문제를 토론한다. 제2장 중국 개혁 전략의 변천 중국 경제개혁은 1956년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8차 전국대표대회(이하 중공8대)에서 ‘경제관리체제 개혁’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중국은 이후 반세기 남짓한 개혁 과정에서 중앙 집중 계획경제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조치를 실시했다. 이 조치들은 여러 경제이론과 개혁 사상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종종 개혁 방향이 서로 다르거나 심지어는 모순되기도 했다. 또한 각 단계의 다양한 조치들이 서로 맞물려 앞 단계에서 실시한 개혁이 종종 다음 단계에서 시행될 주요 개혁 조치의 맹아를 품고 있거나 다음 단계에서 시행된 개혁에 앞 단계 개혁의 유산이 남아 있기도 했다. 만약 구체적 사건이 발생한 역사적 순서에 따라 이러한 개혁 조치를 하나하나 다룬다면 개혁의 단서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심도 깊은 분석이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이 장에서는 주요 개혁 조치를 기준으로 중국 경제개혁의 역정을 다음과 같이 세 시기로 나누고 이들 개혁 조치의 이해득실과 그 배후에 있는 개혁 사상을 분석할 것이다: (1)1958~1978년: 행정적 분권이 시행되던 시기로 개혁의 중점은 중앙정부가 하급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이익을 양도하는 데 있었다. (2)1979~1993년: 증량개혁 시기로 주로 국유 부문 밖의 경제 영역에서 추진되었고, 민영경제의 성장을 통해 국민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다. (3)1994년~현재: 시장경제체제 건립을 목표로 전면적 개혁이 실시되는 시기다. 제3장 농촌개혁 1950년대 중반부터 ‘경제관리체제 개혁’을 시작한 이래, 중국은 이러한 개혁의 초점을 도시의 국영 상공업 측면에 집중했으나 계속적인 노력에도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1980년 가을에 이르러 농촌에서 농가청부경영제農村家庭承包經營制가 대규모로 실행된 이후에야 비로소 중국 경제에는 ‘곤경 속에서 드디어 희망이 나타나는’ 새로운 국면이 출현했다. 그래서 농촌개혁은 중국 경제개혁 실천의 진정한 출발점인 것이다. 이번 장의 역할은 바로 농촌개혁의 원인, 성과 및 향후 개혁의 전망을 분석하는 것이다. 제4장 기업개혁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은 기업 부문corporate sector의 기초 경제주체가 국가 신디케이트the state syndicate의 비자율적 ‘단위’에서 진정한 기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기업 부문의 전환은 기본적으로 3가지 경로가 있는데 첫째 사유기업의 성장, 둘째 국유자본이 경쟁 영역에서 퇴출되는 것, 셋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이 세 측면이 잘 어우러져야만 점진적으로 다양한 소유제 경제의 공동 발전 국면을 형성하고 현대 시장경제의 미시적 기초를 구성할 수 있다. 이행 전략을 다룬 2장에서 보았듯이 위의 세 측면의 개혁 가운데 사유 부문의 성장이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개혁 초기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국유경제 위주의 분포 구도를 조정하지 않고 국유기업의 기본적인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전제 아래 국유기업의 내부 관리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루어진 뒤 국유경제 분포의 구조조정과 사유기업 발전이 의제로 올랐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우선 국유기업 개혁에 대해 논하고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제5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제5장 민영경제의 발전 단일한 소유자로 구성된 ‘국가 신디케이트’ 내에서 시장 교환 즉 서로 다른 소유자 간의 재산권 교환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 시장제도를 수립하려면 국유제 천하의 낡은 체제를 타파하여 민영경제1를 무에서 유로, 밑에서 위로 자라나게 해야 한다. 민영경제의 성장과 강화는 또한 국유기업을 환골탈태시켜 개혁하는 경쟁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시장경제에 다양한 종류의 소유제 경제가 공동 발전하는 새로운 기반이 점차 형성되었다. 국유경제가 지배적 지위를 점한 환경 속에서 중국 민영경제의 성장과 강화는 우여곡절의 많은 과정을 거쳤다. 민영경제는 우선 1978년 이후의 증량개혁 과정 중에 길이 열렸으며 1980년대 중반에 이미 중국의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7년 중국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유제에 대한 미신을 최종적으로 타파하여 민영경제가 이데올로기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시장경제의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기입되었다. 제6장 금융개혁 금융시장, 금융중개와 금융관리제도 등으로 구성되는 금융체계는 현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부분 가운데 하나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핵심은 바로 시장경제의 요구에 따라 금융체제를 새롭게 건립하는 것이다. 우리는 계획경제 금융체계와 시장경제 금융체계의 차이를 구별하면서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을 전개한다. 제7장 재정세수체제 개혁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점차 소련 모델에 의거, 정부와 기업이 분리되지 않은 채 고도로 중앙집권적인 재정세수체제가 건립되었다. 이러한 체제는 1958년에 이미 행정적 분권의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디뎠으나 ‘대약진’ 실패 이후 행정적 중앙집권을 강화하여 혼란을 수습하고 또 상당 정도로 통일된 재정체제로 회귀했다. 개혁이 시작된 이후 1980년 행정적 분권의 ‘독립채산재정’체제를 수립하는 중대한 조치를 취했고 1988년에 또한 그것을 ‘재정책임제’로 더욱 명확히 했다. 이러한 행정적 분권의 재정체제는 막 성장하던 시장경제와 어울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재정세수체제 본래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고 예산 내 수입 특히 중앙정부의 예산 내 수입을 점차 감소시켜 정부의 수지 불균형 상황이 날로 심각해졌다. 1993년 중국공산당 제14기 3중전회는 재정세수체제의 전면적 개혁을 결정했고 아울러 새로운 재정세수체제의 궤도로 순조롭게 진입하여 시장경제 제도와 서로 연계된 재정세수체제 구조를 수립했다. 2003년 이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개선 요구에 의거하여 재정세수체제는 중요한 영역에서 새로운 개혁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제8장 대외개방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국내 경제체제 개혁에 착수하면서 동시에 내향경제에서 외향경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30여 년의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중국은 이미 지난 몇 년간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가장 큰 개도국이자 세계 제2의 무역 대국이 되었다. 대내개혁과 대외개방이 상호 촉진하며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고, 2001년 11월 중국이 정식으로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중국은 전면적인 개방경제 건설이라는 새로운 경계에 들어섰다. 제9장 새로운 사회보장체계 건립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전 도시를 포괄하는 국유 부문의 사회보장체계가 수립되었다. 이러한 복지 체계가 포괄하는 범위 내의 국유기업 노동자와 정부 업무 인원은 규정된 수익 기준에 따라 국가로부터 의료, 양로, 산재 등의 보장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보장체계의 포괄 범위는 제한적이었고 제도 배치 과정에서도 중대한 결함이 존재하여 실시 과정에서 매우 많은 문제에 봉착했다. 1970년대 말 시장화 개혁이 시작된 이후 사회구조가 크게 개조되어 전 사회를 포괄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신속한 수립을 통한 사회 안전망 제공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었다. 제10장 이행기 거시경제 정책 중앙집중적 계획경제의 특징은 전체 사회를 정부가 총감독하는 ‘국가 신디케이트’로 만든 것이다. 정부는 이 국가라는 대기업을 거시경제에서 미시경제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관리한다. 정부는 직접 국가 생산단위(‘기업’) 간에 자원을 배분하고, 이들이 무엇을, 얼마나, 누구를 위해 생산할지 결정한다. 그래서 모든 경제문제는 ‘거시경제 문제’가 되고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의 구별이 없어진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면서 정도는 다르지만 각 기업이 자주적으로 미시경제 문제를 결정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의 구별이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는 이행기 거시경제를 특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11장 체제전환기의 사회관계와 정치개혁 중국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혁명의 방식이 아닌 개혁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곧 이러한 전환이 정권의 변화가 발생한 조건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본래의 집권당과 정부의 지도하에 점차 실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은 경제개혁이 안정적인 사회정치적 환경에서 시작되도록 하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적 격동을 피할 수 있는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체제의 변동은 필연적으로 사회구조의 변화를 야기하여 필연적으로 사회의 정치, 문화 등 상부구조에 조응하는 변화가 발생하도록 한다. 만약 경제적 토대에 조응하지 않고 상부구조에서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양자 사이에는 여러 마찰과 충돌이 야기될 것이며 결국 경제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 따라서 경제개혁 과정에서 수반되어야 하는 정부 자체의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 문제가 점점 더 주목받는 이슈가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개혁은 본래 매우 거대하고 복잡한 과제로서 그 문제에 대한 연구는 이 책의 논술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다. 여기서는 단지 경제개혁과 직접 상관있는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만 간단히 핵심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제12장 결론 30년의 시장화 개혁을 거쳐 중국은 이미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틀을 건립했다. 앞의 11개 장 가운데 제1장은 이 이행의 시발점 즉 집중계획경제에 대해 고찰했고, 나머지 10개 장은 각 부문의 이행 과정을 분석했다. 여기서는 앞선 토론을 간략히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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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중국! 차이나 키워드
- 저자 : 최헌규
- 출판사 : 뉴스핌
책 소개 최헌규 기자가 코로나로 중국 내에서도 이동이 쉽지 않았던 시기 발품 팔아 얻어 낸 값진 중국 견문록이다. 30년 동안 열정으로 중국을 관찰해 온 저자는 호불호의 주관을 배제하고 냉철한 기자의 시선으로 ‘중국 현상’을 짚어 내고 있다. 현장 상황을 구술하듯 중국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어 잠시도 책장에서 눈길을 떼기가 힘들다. 저자는 “미국과 친하다고 중국을 배척할 이유가 없고, 중국과 교류한다고 해서 미국과 소원해질 이유도 없다”라고 말한다. 실리 외교에 주력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살벌한 시대지만 잘만 대응하면 이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으로 중국 관계도 굳이 멀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헌규 기자/PD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에서 태어났다. 간성초등학교와 고성중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 중국학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베이징대학에서 진수생 과정으로 경제와 어학을 연수했다. 2019년 말 뉴스핌 통신사 베이징 특파원으로 파견돼 근 4년 동안 중국 신기술 신경제 현장과 공산당 홍색 루트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중국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우한 코로나19 발생지(2020년),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2021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2022년), 시진핑 주석 집권 3기를 연 공산당 20차 당대회(2022년), 코로나 후 정상화된 2023년 양회(정기 국회)를 모두 행사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뉴스핌통신사 특파원 이전인 2005~2009년 헤럴드경제 특파원으로 5년여간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격동하는 현대 중국을 탐사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뉴스핌 통신사 중국본부 본부장 겸 중국 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출판사 서평 미중 패권 경쟁으로 살벌한 시대지만 잘만 대응하면 이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히면서도 중국과 멀어지지 않는 실리 외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과 친하다고 중국을 배척할 이유가 없고, 중국과 교류한다고 해서 미국과 소원해질 이유도 없다.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라는 점을 명심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근린 국가로서 우리는 중국과 수천 년 동안 문화 인문적 가치를 공유해 왔다. 한중 관계가 차갑게 식었지만 서울에선 중국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마라탕과 탕후루 가게가 인기다. 관광을 비롯한 인적 왕래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 예술, 관광, 학술 등 인문 분야 교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반증이다. 한중 관계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게 잘 관리를 하고 상생의 접점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륙의 주인 공산당의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뚫고 팍스시니카를 향해 여전히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한반도의 운명을 향해 점점 더 거친 풍랑으로 다가오고 있다. 격변의 시대,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독자들과 그 방법론을 놓고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감히 고대한다. ‘10년 후 중국! 차이나 키워드’는 최헌규 기자가 코로나로 중국 내에서도 이동이 쉽지 않았던 시기 발품 팔아 얻어 낸 값진 중국 견문록이다. 30년 동안 열정으로 중국을 관찰해 온 저자는 호불호의 주관을 배제하고 냉철한 기자의 시선으로 ‘중국 현상’을 짚어 내고 있다. 현장 상황을 구술하듯 중국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어 잠시도 책장에서 눈길을 떼기가 힘들다. 저자는 “미국과 친하다고 중국을 배척할 이유가 없고, 중국과 교류한다고 해서 미국과 소원해질 이유도 없다”라고 말한다. 실리 외교에 주력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살벌한 시대지만 잘만 대응하면 이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으로 중국 관계도 굳이 멀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많은 독자들에게 있어 이 책이 중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중국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얽히고설킨 수많은 곁가지 속에서도 중국의 큰 줄기와 흐름을 놓치지 않은 ‘10년 후 중국! 차이나 키워드’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울러 비즈니스와 여행, 학업, 연구 등 다양한 이유로 중국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이 책이 중국 이해의 충실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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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수첩
- 저자 : 차이팡 , Peter Nolan , 왕링구이 , 자오지앙린
- 출판사 : 역락
책 소개 세계 각국은 서로 상이한 발전단계에 처해있고 각자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전 세계인들은 평화와 발전이라는 공동된 염원을 가지고 있다. 빈곤 퇴치와 생활의 질 향상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 수준을 제고하는 것은 각 나라 지도자들이 제정한 목표이자 자국 인민들에게 해왔던 약속이기도 하다. 또한 인민들 역시 자국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타국도 함께 배려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발전해야만 특정 국가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보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시진핑 총서기는 2013년 중국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이후 꾸준히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이념을 전파하고 제창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인정을 받았으며 해당 이념 역시 일련의 유엔 결의안에 채택되었다. 공동의 발전 염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길만 걷거나 하나의 모델만 따르는 게 아니라 발전 루트의 다양화, 현지화를 인정하면서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자본 누적의 한계, 국제무역관계 중의 불평등, 인프라 부족, 인력자원 육성난, 인력자원 유동성 부족 및 저효율적인 자원 분배 등 일련의 걸림돌에 맞닥뜨리고 있다. 따라서 발전 모델의 다양성을 인정 및 독려해야 한다. 또한 세계 각국 특히 개도국은 발전에 필요한 조건을 창조할 수 있고 핵심분야의 한계와 제약을 타파할 수 있으며 서로의 성공 경험과 실패 사례를 공유하면서 모든 국가에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발전 프레임을 조속히 구축해야 하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제기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바로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개방형 프레임이다. 우선,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기본이념과 주요 사고방식은 이미 중국 개혁개방 시기를 통해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 중국의 지난 40년은 세계 경제사에서 협력의 파이를 크게 키우고 합리적으로 분배한 성공사례로 남아있다. 1978~2015년 기간 중국의 실제 GPD규모와 1인당 GDP는 각각 29배와 20배 증가했고 경제 성장과 취업 활성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도농 주민의 수입이 대폭 개선됨에 따라, 실제 소비수준이 16배 증가했으며 노동생산률 (노동인구 평균GPD기준 16.7배 증가)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서부 개발, 중부 굴기 등 지역발전 전략을 실행하면서 중서부 지역의 교통상황, 인프라 조건, 기초공공서비스 보장능력과 인력 및 자본 수준을 개선해왔다. 투자와 발전환경의 현저한 개선에 힘입어 중서부 지역의 제조업 이전 능력도 따라서 향상되었다. 다음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공동상의·공동건설·상호공유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단순하게 고대 대륙 및 해상 실크로드라는 부호만 따온게 아니라 더욱 심층적인 의미와 현실적인 계시를 담고 있다. 더 심층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 부호는 전통적인 서방중심론에 대한 부정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으며 동서방 문명 간 상호 교류 및 상호 학습이 인류 발전사에서 더 큰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 거시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해당 부호는 패권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글로벌 공공재 공급체계에 대한 고도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모든 국가가 전 세계 빈곤 퇴치에 동참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념을 전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인프라 건설이라는 대부분 국가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문제점을 포착했다. 거의 모든 “일대일로” 주변국과 관련국들은 모두 교통, 에너지 등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제약을 받고 있는데 이는 오랜 시간 동안 투자 효율과 산업 발전을 저애하였고 많은 국가들이 경제 글로벌화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 이에 중국은 앞장서 투자를 진행했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실크로드기금(Silk Road Fund) 등 융자기관을 통해 관련 국가 및 지역들과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했다. 중국의 서부개발전략이 큰 성공을 이뤄낸 것처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역시 개도국들의 인프라 조건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각 나라가 자국 국정에 부합되는 발전모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한 국가가 빈곤을 퇴치하고 현대화를 향해 나아가려면 결국에는 자국 국정에 입각하여 강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을 통해 발전동력과 제도환경 등 방면의 장애물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인이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일이 (글로벌 공공재로 정의 여부와는 별개로) 있다면 그건 바로 유익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과거 기타 환경에서 거둔 성공의 경험, 실패의 교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도움, 접근성과 효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장 투자기회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서로 상이한 수요와 노력을 융합 및 병행시킬 수 있는 이니셔티브가 바로 “일대일로”이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처음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제기한 이후 일련의 국제협력체계가 구축되었고 합작프로젝트가 실행되었으며 일부 초기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등 해당 이니셔티브의 실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물론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해 다르게 이해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해당 이니셔티브를 의심하고 오해하며 심지어 고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인류사회의 모든 활동이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탐색하고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모든 합작 프로젝트 역시 관계자들 간 호흡을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개방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실천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이념을 발전시키면서 공감대를 형성해가야 한다. 따라서 실천 단계별로 이미 획득한 진전을 되짚어보고 이미 축적한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이미 형성된 공감대를 재차 확인해야 한다. 본 수첩은 지금까지의 “일대일로” 이론 및 초기 실천 과정에서 얻은 단계적 성과를 되돌아보는 문헌이며 “일대일로” 이념과 실무 관련 초심, 원칙, 역사와 현황, 기본지식 및 최신 연구결과를 녹여내기 위해 다양한 관련 분야 연구진들이 공동 집필했다. 본 수첩의 작가들은 해당 수첩이 이론과 실천 분야의 지도적 문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대일로” 건설에 참여한 연구자, 실무자, 관찰자 및 “일대일로”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에게 나침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차이팡(蔡昉) 사회학자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 농업 및 농촌위원회 부주임 위원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고위싱크탱크 이사회 부이사장 겸 수석전문가 중국사회과학원 학부 위원 저자(글) Peter Nolan 경제학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예수학원 중국센터 주임 저자(글) 왕링구이(王灵桂)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 겸 연구원 저자(글) 자오지앙린(赵江林)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고위싱크탱크 연구원 번역 김극(金克) 중앙대학교 전문통번역학과 석사학위 취득(2016년)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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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전쟁과 한국
- 저자 : 손열 , 이승주
- 출판사 : EAI
책 소개 격화되는 미중 경제전쟁 속 한국의 선택은? 미중 양국의 이익 재조정 과정에서 전략적 딜레마에 봉착한 한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한국에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온 미중 경제전쟁 지구화(globalization)의 시대가 지나고 각국이 보호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세계 경제의 분단(디커플링, decoupling)을 초래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등장하며 한국은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2020년대 들어 국가안보와 연계되는 전략경쟁으로 확대되었다. 미중 두 나라를 주요 교역국으로 두고, 안보 측면에서도 양국관계의 동향에 따라 사활적 영향을 받는 한국으로서 미중의 분단과 대립은 거대한 도전이다. 한국은 미국의 디커플링 요구와 이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라는 이중 압력 사이에서 반도차 및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책은 미중 경제전쟁이 한국에 주는 영향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다룬다.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지정학 리스크로 세계 경제 질서가 처한 혼란과 대응 과제, 그리고 경제와 안보를 연관 짓는 주요국 전략의 결과로 한국이 받는 영향과 그간의 대응을 규명한다. 각 장에서는 반도체, 배터리와 핵심 광물, 자동차, 금융, 군사인공지능 등 주요 산업 부문의 사례와, 미국, 유럽연합, 중국,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을 분석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손열 정치/외교학자 대학/대학원 교수 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과 언더우드국제학부장,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고, 도쿄대학 특임초빙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플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방문학자를 거쳤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2019)과 현대일본학회장(2012)을 지냈다. Fullbright, MacArthur, Japan Foundation, 와세다대 고등연구원 시니어 펠로우를 지내고, 외교부, 국립외교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자문위원, 동북아시대 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공 분야는 일본 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정치, 공공 외교 등이다.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The Pacific Review 2019[32]:6),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 금융위기, 질서 변환, 한국의 경제외교』(2020), 『BTS의 글로벌 매력이야기』(2020, 공편)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EAI 국제정치경제 전문가가 제시하는 경제안보의 부상 속 한국의 활로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동아시아연구원(EAI) 국제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주요 산업과 기술을 둘러싼 미중의 경제안보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미중 양국 및 유럽연합의 경제안보 개념과 전략을 비교 분석하여 한국이 나아갈 길을 고찰한다. 서장에서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은 경제적 상호의존과 국가안보 관계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토대로, 미중 간 경제적 상호 의존 심화가 중국의 경제 성장과 맞물리며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적 무역 정책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되짚는다. 이처럼 중국을 배제하거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디커플링 전략에 대한 반발로 디리스킹(de-risking) 개념이 등장했다고 소개하면서, 미중 양국이 어떻게 리스크를 감지하고 있으며 디리스킹 전략에 따라 한국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제1장에서 배영자 건국대 교수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미중 경제안보의 핵심 요소로 꼽으며, 반도체 산업 정책을 통해 기술혁신 역량을 갖추고 국제 협력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미중 경제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첨단 반도체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미중 반도체 경쟁의 영향권에 놓여 있으며, 독자적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외교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2장에서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등 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광물 공급망 단계의 개발도상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주요국의 전략을 소개한다. 나아가 한국도 핵심광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그 방안으로 캐나다 및 호주 등과의 광물 협력과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국가와의 다자협력 체계를 제시한다. 제3장에서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부상하는 가운데 서방의 대중국 견제 입법과 중국의 금속 수출통제 및 해외직접투자 촉진 움직임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에게는 중요한 경제안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의 경제 및 시장 규모와 지정학 양상을 고려하면 전략적 자율성을 갖고 독자적 경제안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취약성 보완을 위한 소재, 부품, 장비의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4장에서 이용욱 고려대 교수는 미중 양국이 전략 경쟁을 벌이면서도 금융 분야의 상호 의존이 심화되는 현상을, 각국의 정치 지도자가 국내정치적 이득을 위해 타국을 안보 위협 대상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공범자론”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나아가 경제적 상호 의존이 국제정치의 흐름에 따라 상대방을 압박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은 금융 분야의 중추국 외교를 통해 주요국과 집합적 정책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미중 양자에 대한 공세적 전략과 방어적 전략을 겸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5장에서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서울대 교수)은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에 의한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을 선점하는 쪽이 전략경쟁의 우위를 차지할 것이고, 아직 AI 운용에 관한 국제 규범이 정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각국은 경쟁적으로 군사 AI 활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어서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다자 체제하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통제 조율 문제가 관건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은 이러한 조율 과정에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대미 및 대중 관계를 관리하는 한편 AI 발전이 동 기술의 파멸적 군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범을 제시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6장에서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디리스킹 기조를 내세워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미국과 유럽의 전략을 소개하면서, 역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수출입 규제를 완화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예시로 든다. 저자는 이러한 조치가 지정학적 경쟁을 비롯한 공급망, 보건, 기술 등 다발적 도전에 대응하여 자국 경제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평가하며, 경쟁국에 공격적 수출통제를 취하는 미국과 대내외적 위험 요인의 경중을 파악하여 비교적 신중한 리스크 기반 접근방식을 채택하는 유럽의 정책 차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제7장에서 김용신 인하대 교수는 경제 안보를 총체적 국가안보관의 하위 개념이자 당의 핵심 지휘 대상으로 상정하고, 미중 전략경쟁 속 중국의 서구 의존과 신흥 개발도상국의 도전, 국제무역의 일방주의를 주요 위협 요인으로 여기는 시진핑 정권의 대외 인식과 전략을 분석한다. 특히 중국의 경제 안보 목표는 시진핑 정권과 당의 지속 및 국가 번영을 위한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은 중국의 중앙집권적 경제안보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첨단기술 및 핵심광물 분야의 양국 간 전면적 경쟁 관계 및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한 복합 의존 상황에 유의하며 선제적 대응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8장에서 이승주 EAI 무역·기술·변환연구센터 소장(중앙대 교수)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제적 강압이라는 지경학적 도전의 이중고 속에서 한국이 시도하고 있는 지정학 및 지경학 대응의 결합 전략을 분석한다. 나아가 한국 경제안보의 방향으로 경제와 안보의 효과적 연계를 통한 전략적 우위 확보, 기술주권 확보와 국제협력 추진 사이의 상충 관계를 완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접근법, 국익과 민간 이익의 균형을 위한 협력과 조정을 제시하고, 그 기반에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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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근대, 근대의 중국
- 저자 :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 지역인문학센터
- 출판사 : 세창출판사
책 소개 중국의 근대철학과 사회 변화를 다룬 포괄적인 연구서. 『중국의 근대, 근대의 중국』은 철학, 역사, 정치라는 주제로 중국 근대사의 다양한 측면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먼저 중국 근대철학의 파괴와 정립 과정을 시작으로 주요 사상가들의 철학적 기여를 면밀하게 탐구한다. 담사동, 캉유웨이, 량치차오 등 중국 근대사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주요 인물들의 철학과 사상을 조명하며,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중국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논증한다. 근대 중국의 철학적 사유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 지역인문학센터 근대한국학연구소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특성화 계획에 따라 설립한 인문·사회 분야의 학제 간 연구소입니다. 본 연구소에서는 한국사회와 학문 분야 전반에 걸친 근대성을 탐구하고, 근대성이 드러나는 특정한 시기들에 대한 집중 연구를 수행합니다. 책 속으로 p.11 중국 현대철학자이자 철학사가인 펑유란[馮友蘭]은 1931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중국철학사』에서 “중국은 사실상 고대와 중세의 철학만 있고 아직 근대철학은 없다”고 말했다. 서양철학은 중세가 끝날 무렵 사상이 완전히 변해서 이전 시대의 철학을 모방하거나 술어를 답습하지 않고 극히 새로운 정신과 경향으로 철학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근대철학이라 불릴 만한 것이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p.97 옌푸는 근대 중국의 저명 계몽 사상가로 망국의 위기 앞에서 개혁과 부강의 길을 모색한 인물이다. 그가 동시대 개혁 사상가들과 다른 점은 분명하다. 캉유웨이, 량치차오, 담사동 등 대다수 지식인이 개혁에 필요한 서양 학문을 번역서를 통해 받아들인 것과 달리, 옌푸는 서양에서 유학하며 서구 근대 지식과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습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서구의 정치, 경제, 사회, 학술 등에 관한 서적을 직접 선별·번역해 중국에 직접 소개하기까지 했다. 특히 그는 과학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과학 사상과 과학 방법으로 중국의 학술과 문화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옌푸가 궁극적으로 고민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망국의 위기에 처한 중국을 개혁해서 부강의 길로 이끌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p.128 이런 유토피아를 꿈꾸는 주의를 무정부주의라고 하는데, 그것은 영어로 아나키즘(anarchism)이라고 한다. 아니키즘은 그리스어 ‘Anarchia’에서 유래했다. ‘Anarchia’는 “권력이 없고, 질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무정부주의의 유토피아에서는 권력 또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과도한 권력으로 억압받았던 유럽의 근대사회에서는 갈등과 모순으로 점철된 현실과는 대조적인 이상 사회에 대한 동경이 하나의 사조를 넘어서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이렇듯 무정부주의는 근대의 산물이다. p.168 량치차오가 보수주의자로 불린 이유는 그의 전통 사랑에 있다. 량치차오의 사상은 시대에 발맞춘 진보적인 것이었지만, 전통 사상에 관한 관심은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오해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량치차오가 중국의 고유학문인 ‘국학’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 학계에서 문화 보수주의자라고 비난받았다. 오늘날 중국에서 지금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그 용어는 당시에는 바꾸지 않으려고 하는 완고파, 수구파와 같은 부정적 뉘앙스로 들리는 것이었다. 국학(Chinese Studies)이라는 용어는 ‘한학(漢學, Sinology)’이라는 용어에 대한 대체어인데, 전자가 중국 중심적인 용어라면, 후자는 서구 중심적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사상과 학문을 대상으로 삼게 된 계기가 바로 ‘국학’이라는 용어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두 저자는 중국 근대철학의 형성과 발전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기존의 전통철학과 서양의 근대 사상 사이에서 중국철학이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서학의 충격과 이에 대한 응전 과정에서 형성된 중국 근대철학의 특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서양의 근대 과학 개념을 도입하여 전통철학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인학체계를 구축한 담사동. 그의 사상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시도하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캉유웨이는 전통 문화와 서양 과학을 융합하여 중국의 미래를 구상했으며, 옌푸는 서양의 과학적 사상을 번역하고 소개함으로써 중국 학술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외에도 량치차오, 후스, 쑨원의 생애와 행적을 짚어 보면서, 그들의 사상이 중국의 근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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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인민
- 저자 : 브루스 J. 딕슨
- 출판사 : 사계절
책 소개 억압하면서도 호응하고, 갈등하면서도 협력하며, 권위주의적이면서도 친밀한 중국 정치의 역설 서구의 관찰자들은 1989년 톈안먼 시위가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35년째 공산당의 몰락을, 그리고 중국의 민주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징조를 발견한 사람은 없다. 왜 그럴까? 민주주의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자유와 평등을 증진하는 데는 분명 더 낫지만, 경제 성장, 효과적인 통치 또는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더 유리하지는 않다. 또한 전 세계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체제 전환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당과 인민의 관계는 현대 중국의 발전과 함께 진화했고, 시진핑 체제에서 또 한 번 진화하며 앞으로도 지금의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당과 인민, 둘 중 누구도 아직은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중국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란 통치의 개선, 경제 성장, 삶의 질 향상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브루스 J. 딕슨 대학/대학원 교수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과 국제문제 교수이자 정치학과 학과장이다. 『독재자의 딜레마The Dictator’s Dilemma』(Oxford University Press, 2016)와 『국가의 동맹Allies of the State』(공저, Harvard University Press, 2010) 등을 통하여 현대 중국의 정치 체제를 분석했다. 이 책 『당과 인민The Party and the People』에서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부터 지금까지의 정치 개혁 흐름을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다섯 시기로 나누고, 그동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강조한다. 당연히 중국 정치의 중핵은 권력 독점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공산당 일당 체제다. 그러나 딕슨은 정책 우선순위, 의사결정 과정, 국가와 사회의 관계는 마오쩌둥 이후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계속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억압과 호응”, 이 둘의 역설적 결합이 당과 인민의 관계를 정의하고 집권당으로서 중국 공산당의 존속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번역 박우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성대학교 기초교양학부에 재직 중이다. 인구 이동, 국가-사회 관계(시민권),중국 지역 연구 등의 분야에 관심이 있다. 서울의 가리봉동 및 대림동 지역의 중국 동포 집거지를 연구한 『한국의 조선족 기업가들: 고국에서 시민권 찾기Chaoxianzu Entrepreneurs in Korea: Searching for Citizenship in the Ethnic Homeland』(Routledge, 2020)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람들의 미시적 삶을 추적한 『민간중국: 21세기 중국인의 조각보』(공저, 책과함께, 2020) 등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사회학/인류학적 연구의 현대 고전으로 평가받는 샹뱌오의 『경계를 넘는 공동체: 베이징 저장촌 생활사』(글항아리, 2024)를 번역했다. 추천사 오빌 셸 (에미상 수상 다큐멘터리 〈Made in China〉 제작자) “중국 공산당의 강점과 약점 대차대조표 같은 책이다. 이제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세계 공산주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하는 정당으로 살아남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언 존슨 (퓰리처상 수상 작가) “브루스 딕슨은 많은 외국 관찰자들의 주장이 중국의 실제와는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민족주의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통념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며,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덜 민족주의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책 속으로 모든 레닌주의 정치 제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정치 제도에서도 당은 지배적인 행위자다. 중국 공산당은 정부와 입법부 모두를 감독하고 통합한다. 여기에 견제와 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와 입법부는 당의 영도를 반대하지 않고 또한 당의 정책이나 인사를 저지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 사이에는 분업이 있다. 이 구조를 단순화하면, 중국 공산당이 인사 및 정책에 대한 주요 결정을 내리면 입법부는 이를 비준하고 성문화하며 정부는 이를 실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당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까?」, 50쪽) 임명권자는 두 가지 주요 기준으로 인사를 결정한다. 그들은 정권의 정책 우선순위를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찾고, 또한 상급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배치하여 정권의 안정을 도모한다.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인재를 임명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좋지만, 가장 유능한 사람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은 아니며 충성스러운 사람이 유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목표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이 모순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중국 공산당이 계속 직면한 문제다. (「지도자를 어떻게 선발할까?」, 71쪽) 정책 결정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중국 공산당은 하나의 통일된 조직이 아니다. … 분절된 정치적 권위주의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정책 선호도가 하향식 의사 결정 모델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과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한 당은 정책 우선순위의 큰 틀을 설정한 후 법, 규정 및 시행의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 정부 부처, 지방 정부, 지방 및 중앙 차원의 인민대표대회 등 다른 국가 행위자에게 맡긴다. …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 공산당은 분절된 중국 정치 제도의 특성을 통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더 많은 권력이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에 집중되고 있고, 가장 중요한 권력은 시진핑의 수중에 있다.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150~51쪽) 중국 공산당은 권력에 대한 임박하거나 잠재한 위협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색깔혁명을 경계한다. 또한 시민사회 단체가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외국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두 가지 두려움-즉 정치적 불안정과 내정 간섭-은 당의 선전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다. 혼란을 두려워하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인 대다수는 당이 조성한 공포에 감염된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다양한 집단이-이것이 활기찬 시민사회의 특징이다-정치적 안정을 위협한다는 당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187~188쪽) 피드백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은 쇠퇴한다. 특히 생존을 위해 경쟁자보다 뛰어날 필요가 없는 독점적 지위에 있을 때, 기업, 정당, 심지어 너무 늦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문제의 징후를 무시하는-혹은 인지하지 못하는-국가 등 모든 종류의 조직은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 정치 조직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중국 정부는 모든 종류의 피드백을 배척하는데 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처사다. (「5장 시위가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까?」, 240쪽) 중국 공산당은 종교를 경계한다. 특히 신자들이 자신의 믿음에 따라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열망을 당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잠재적 도전으로 간주한다. 종교는 공식적으로 무신론을 표방한 정치 제도에 대안적 신념 체계를 제공한다. 기독교는 중국 현대사에서 늘 불안정을 초래했고, 최근 수십 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민주화를 촉발했다. 중국 공산당은 비슷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종교를 관리한다. 그 결과 종교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지만, 종교가 정치적 위협이 되는 것은 막았다. (「당은 왜 종교를 두려워할까?」, 281~282쪽) 중국 공산당은 민족주의를 부추기려 하지만, 중국 민족주의는 당의 통제와 무관하게 대중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에 대한 사랑과 당에 대한 지지를 하나로 연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중국의 민족주의자가 반드시 당의 지지자인 것은 아니다. 대중 민족주의는 중국 공산당의 잠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당의 선전을 무색하게 하고, 당이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심지어 외교 정책에 대중 민족주의 여론을 수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 (「민족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까?」, 316~317쪽) 스탠퍼드대학의 헨리 로완은 중국은 2015년에 “부분적 자유”(프리덤하우스의 표현), 2025년에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첫 번째 예측은 틀렸고-프리덤하우스는 중국을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한다-두 번째 예측도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로널드 잉글하트와 크리스티안 웰젤도 중국이 사회경제적 자유화와 지방 차원의 민주주의 실험을 거쳐 2025년경에는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직선적이지 않은 추세에 기반한 직선적 예측이다. 실제로 이들의 예측이 발표된 시점부터 자유화는 거의 정체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민주화를 지지하는 사회적 태도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이 민주화될까?」, 333쪽) 출판사 서평 중국의 미래에 관한 통설에 도전하는 여덟 가지 질문 ➀ 당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까? / ➁ 지도자를 어떻게 선발할까? / ③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➃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있을까? / ➄ 시위가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까? / ⑥ 당은 왜 종교를 두려워할까? / ⑦ 민족주의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을까? / ⑧ 그래서 중국이 민주화될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1년 7월 중국 내 여섯 개 코뮤니스트 그룹의 대표 13명이 상하이에 모여 중국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약자로 CCP)을 창당했다. 그리고 이들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산당 일당 통치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의 현대사에서 권위주의 정권은 평균 10여 년, 일당 독재는 평균 20여 년 지속된 점과 비교했을 때 중국공산당은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소련의 볼셰비키는 1917년 10월 혁명에 성공한 뒤 1991년 해체될 때까지 74년간 공산당 집권 체제를 유지하였다. 중국공산당은 이미 75년째로 최장수 공산주의 체제 기록을 갱신하였으며,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브루스 딕슨 교수는 현대 중국 정치를 가장 중립적인 틀로 바라보는 정치학자이다. 그는 서구 및 영미문화권 세계의 많은 정치인과 연구자들이 중국의 미래에 ‘서구식 자유주의 근대화’ 이론을 적용하는 데 반대한다. 1989년의 톈안먼 시위와 1990년대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외부의 관찰자들은 “이제 중국도 한국 또는 타이완처럼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흐름에 올라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딕슨은 현대 중국 정치의 역사적 추세에 비추어, 중국은 경제적 성장이 초래하는 정치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다. 1989년으로부터 지금까지 35년이 흘렀다. 지금 이 순간 중화인민공화국과 중국공산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걸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세계의 중심에서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가? 혹자는 현재 중국은 늪에 빠졌다고 말한다. 결코 승리할 수 없는 미국과의 경쟁에 국가의 역량과 자산을 갈아 넣고 있으며, 그 끝에는 오직 국가 부도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염된 통설을 재생산하고 전파하는 뉴스와 전문가들의 반대편에서 지은이는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려 한다. 지은이가 주목한 현대 중국의 핵심 요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집권 정당이자 정치 체제의 모든 것으로서의 ‘당Party(중국공산당)과 둘째, 국가의 근원이자 당의 통치 대상인 ’인민People’을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공산당 일당 독재”라는 표현이 다수의 한국인에게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달리 중국에서 당과 인민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상호작용하며 진화하였음을 설명한다. 마지막 셋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시진핑 시대의 변화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2012년 시진핑 집권 이전까지 만들어진 ‘중국의 특징’이 현재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어떤 변화는 당과 인민이 함께 상상하는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다른 변화는 오직 시진핑에게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통설은 중국의 마지막 날에 관한 기대 혹은 신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중국에 관한 국제뉴스는 “신장과 티베트 탄압”, “특정 지역(이를테면 홍콩)이나 직업군(많은 경우에 파견 노동자)의 집단 시위”, “중난하이에서 테러 시도”처럼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시진핑 건강 이상설”은 약방의 감초다. CCTV 뉴스에 시진핑이 이틀만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관절염 수술에서 심장마비를 거쳐 암살과 쿠데타 소문이 전 세계 방송사로 퍼져나간다. 그게 아니라면 “타이완 침공 훈련 실시, 미국과 갈등”, “중국 소셜커머스의 위험”, “최악의 대기 오염” 등 중국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정치든 경제든, 혹은 외교든 환경이든, 언제나 뉴스 속의 중국은 세계의 악惡이고 독毒이다. “모든 중국인이 화장지를 사용하는 순간 지구상의 나무는 멸종될 것”이라던 말은 차라리 농담에 가까웠다. 2019년 말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중국을 ‘전 세계의 적’으로 악마화하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이로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중국의 미래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중국 경제는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은 소련공산당의 전철을 밝고, 중국은 민주화될 것이다. 그로써 중국 인민은 마침내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쯤 그날이 찾아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은이는 당분간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고 확언한다. 이 책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공산당은 생존을 의심케 하는 다양한 약점을 안고 있다. 시진핑의 전제 군주 같은 스타일, 당의 억압적 통치 증가와 호응력의 저하, 효과적인 책임 제도의 부재, 경제 개혁에 대한 정책적 교착 상태, 현대화 및 도시화에 대한 대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레닌주의 정당으로서 70년 이상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있다. 정부, 입법부, 언론에 대한 통제, 모든 수준의 당과 정부 지도자 임명, 감시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사회의 전 영역을 감시하는 당 지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 조직에 대한 독점적 지위 등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당분간은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한 당과 인민 사이의 진화하는 관계가 앞으로도 중국 정치의 성격을 계속 규정할 것이다. _369쪽 생각보다 능력 있는 중국공산당과 민주주의를 믿는 중국 인민들 브루스 딕슨은 중국에 대한 통설을 여덟 가지 질문으로 되짚으며 중국공산당의 시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의 길고도 철저한 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은 효율적인 권력 유지 장치를 고안했다. 독재를 지향하는 보통의 권위주의 정부는 내부에 폭탄을 품고 있다. 목숨도 능력도 유한한 한 인물에게 기댄 이상, 그 체제에는 쿠데타로 인한 전복 또는 지도자 사망에 의한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반세기에 걸쳐 당의 공멸을 피할 방법을 찾아냈다. 이른바 ‘지도자의 세대교체 방식’이다. 이들은 5년마다 지도부를 교체하고 10년마다 지도자(총서기)를 교체함으로써 당의 안전을 확보했다.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으로, 그리고 장쩌민과 후진타오로 이어진 총서기의 계보는 이들이 만들어낸 권력 장치의 성능을 입증하였다. 둘째, 이들은 성과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증명했다. 중국공산당은 무려 9000만 명의 당원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정당이다. 하지만 당원증은 중국 인구의 약 6퍼센트에게만 허락되었다. 정치뿐 아니라 행정과 사법, 산업과 경제 모든 분야에서 당은 능력을 입증하려 했고, 이를 실제로 달성한 중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바로 중국공산당이다. 특히 경제가 중요했다. 지방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도 당의 경제 정책이었고, 개혁개방 시기에 연 15퍼센트 이상의 초고속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것도 당의 경제 정책이었다. 그 결과 1990년까지도 66.2퍼센트에 달하던 중국의 빈곤율이 2020년 무렵에는 0.5퍼센트로 감소했다. 인민은 당의 통치를 따르는 대가로 소득 증가와 주택 보급, 교육과 의료의 확대를 보상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 성장의 과실을 계속 인민에게 흘려보내기 위해 당은 시민사회와 종교 등의 문제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통제하고, 소수민족과 홍콩을 억압하며, 나아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까닭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가 가장 중요하며, 그 중요성은 당과 인민 모두에게 중첩되어 있다. 마지막이자 당과 인민의 관계의 결론을 구성하는 요인은 ‘민주’의 개념이다. 중국 정치와 경제에 대한 서구의 학설 대부분은 ‘자유주의적 경제화와 그에 따른 민주화’에 근거하여 중국의 미래를 예상한다. 유럽의 시민혁명, 남아메리카의 독립, 한국과 타이완의 민주화 등과 세부 과정은 다르지만 경제 자유화의 끝이 정치 자유화로 연결되는 결론은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중국 내부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마오쩌둥 시대 이후 민주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선거, 법치 및 기타 제도적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우리는 당이 인민에게 경제적 성장의 과실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중국은 이미 ‘민주국가’이다. 지은이는 따라서 오늘날 중국의 시위는 민주주의나 정치적 변화와는 거의 전적으로 관련이 없으며, 당이 이 문제들을 적절히 해결한다면 앞으로 더 큰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없는 미래에서 살기 VS 중국과 함께 미래를 살기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이전 시기 중국이 설계하고 실행해온 노선에서 이탈하면서 붕괴에 대한 ‘기대 혹은 신념’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진핑이 바꿔놓은 중국식 경제 모델은 위안화 차관을 타고 중동과 남아메리카로 확산되었고, 시진핑의 중국이 고안한 감시국가 모델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지나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의 은행, 유통회사, SNS 플랫폼으로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알리’는 ‘아마존’을 집어삼켰고, ‘틱톡’은 ‘유튜브’를 대체했다. 그렇게 21세기 현실의 중국은 누군가의 우려도, 또 다른 누군가의 기대도 모두 넘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통설에 갇혀 ‘중국 없는 미래’만 기다리기보다 중국을 다양한 가치와 사고가 갈등하고 화합하며 공존하는 문명사회, 곧 오늘날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현대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중국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이 정적을 탄압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들은 인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다른 수단-경제 성장, 민족주의, 심지어 여론 수렴-도 동원한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중국의 정치 제도와 중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_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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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의 길
- 저자 : 박번순
- 출판사 : 지식의날개
책 소개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으로 등극한 인도 인도경제는 정말 오랜 잠재력을 발휘해 중국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중국경제는 피크차이나론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어 나갈까?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역사적으로 경험한 적 없는 고도성장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이어 왔고, 이제 세계는 중국경제의 성장에 두려움과 함께 질시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인도는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에 맞먹는 인구,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의 자부심은 세계인으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2023년, 인도는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으로 등극했다. 인도경제는 정말 민주주의 진영의 기대대로 오랜 잠재력을 발휘해 중국경제를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 중국은 과연 지금을 정점(peak)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게 될까. 《두 갈래의 길》은 이 오랜 질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여 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번순 경영학자 30년 넘게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과 경제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를 받았다. 산업연구원을 거쳐 삼성글로벌리서치(SGR)에서 오랫동안 연구했고,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퇴임한 후, 지금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ARI) 연구위원으로 있다.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원(ISEAS), 태국 탐마삿대학, 쭐랄롱꼰대학, 까셋삿대학에 직접 머물며 동남아 경제를 탐구하기도 하였다. 지난 2007년 이미 《중국과 인도, 그 같음과 다름》을 썼고, 《인도경제를 해부한다》를 공동 집필하였으며, 《중국기업 대해부》의 대표 저자로 책을 엮었다. 2019년 출간한 《아세안의 시간》으로 2020년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추천사 한우덕 (前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차이나랩 대표) 《두 갈래의 길》은 그동안 중국이 이룬 경제성장의 기적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소장,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는 코끼리와 같아서 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이 책은 인도경제를 중국경제와 비교하여 그 중요한 특성들을 훌륭하게 뽑아냈다. 인도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특별한 시각으로 제시하여 인도경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넓혀 줄 것이다. 책 속으로 중국과 인도의 개혁개방은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고, 그 정도에서도 먼저 시작한 중국이 더 강력했고 또 효과도 더 컸다. 중국과 인도의 철도에서 엿볼 수 있는 차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빠른 중국, 느린 인도였다. 그러나 2023년 현재의 관점에서 중국의 빠른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제재로 기술진보에서도 가능성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시장에서 버블이 형성되면서 탐욕의 광기가 터진 상황에서 금융시장까지 구제불능인 상태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쪽, 〈머리말〉 중국은 그렇지 않겠지만 인도는 중국을 중요한 경쟁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중국의 발전을 존중하면서도 질시한다. 인도에서는 인도가 중국보다 낫다는 보도나 평가가 큰 주목을 받는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산업에 규제를 가하자 인도는 반도체산업을 육성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의 투자를 설득하고 있다. 모든 산업은 수명주기가 있고 산업이 성숙하면 그 중심은 후발국으로 이전해 간다.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도는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이 점은 인도뿐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역동성을 유지시켜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도가 과연 주요 산업을 중국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8쪽, 〈머리말〉 중국의 우월성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장기적으로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중국이 인도보다 성장률이 높다는 점, 수출이 거의 10배에 이른다는 점, 그리고 제조업에서 인도를 압도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우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의 친디아에서는 인도가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자본투자의 효율성, 투자율의 상승, 역동적인 중규모 기업, 더 높은 생산성 등으로 인도 제조업이 오래지 않아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부상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중국을 추격하고 인도의 세기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27쪽, 〈제1장. 다시 돌아온 대중의 시대〉 중국과 인도의 인구가 각각 14억 명이다. 양국의 인구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중국과 인도가 모두 번영된 나라로 성장한다면 이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빈곤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인류에게 축복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희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국민의 번영하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시기에는 적어도 25년의 차이가 있다. 즉 중국이 앞서가고 인도가 뒤따라 가는데 그 차이는 25년은 있어 보인다. 우리는 이를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33쪽, 〈제1장. 다시 돌아온 대중의 시대〉 중국과 인도의 명목 GDP는 2022년 각각 17조 9,631억 달러와 3조 3,851억 달러로 중국의 GDP가 인도의 약 5.3배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가 이용 가능한 기술 수준에서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원, 즉 노동과 생산설비를 가지고, 새로 만들어 낸 부가가치가 이 정도라는 것이다. 중국이 개방을 시작한 1980년 경상가격 기준 GDP는 1,911억 달러로 인도의 1,863억 달러에 비해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양국의 경상 GDP는 큰 차이로 벌어졌다. 경상 GDP는 각각의 물가상승이 포함되므로 이를 제거한 2015년 가격 기준의 불변 가격 GDP 역시 중국에서 빨리 증가했다. -71쪽, 〈제3장. 서로 다른 경제환경, 판이한 경제성과〉 1960년의 기대수명은 중국에서는 33.3살이었고 인도에서는 45.2살이었다. 중국에서는 대약진운동의 정점에서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였기에 인도보다 기대수명이 더 짧았다. 1980년 중국의 기대수명은 64.4세 그리고 2000년에는 71.9세가 되었고 2010년에는 75.6세였다. 인도는 1980년 53.6세로 중국의 그것보다 10살 이상이 낮았고 이러한 차이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달성한 기대수명의 증가는 왜 인류가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가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164쪽, 〈제5장. 중국과 인도의 격차는 비교 가능한가〉 인도는 중국과 같은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10년 정도의 발전격차가 있다는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하나로 묶어 친디아로 지칭하는 것은 인구가 비슷하게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의미가 없다. 중국과 인도는 별개의 두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172쪽, 〈제5장. 중국과 인도의 격차는 비교 가능한가〉 역사적으로 중국과 인도의 경제규모가 산업혁명이 성공한 영국의 그것보다 더 컸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미국이 독립한 18세기 후반에서 아직 산업화를 달성하지 못한 19세기 초반까지는 비록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의 전체 GDP 규모가 영국보다 컸다. 1990년 가격을 기준으로 1500년 중국의 GDP는 618억 달러로 세계 GDP의 24.9%를 차지했고, 인도는 세계의 24.4%인 605억 달러 수준이었다. 같은 해 서유럽의 GDP는 442억 달러로 세계 GDP의 17.8%에 지나지 않았다. -179쪽, 〈제6장. 수렁에 빠진 역사적 대국들의 현대국가 성립 초기 경제〉 인도와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야 비교 대상이 되거나 하나로 비추어진 것은 아니다. 아시아 신생국을 위한 모델이 인도냐 중국이냐를 놓고 당시 홍콩에서 막 발행된 한 잡지는 인도 모델이 아시아에 더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도를 중국보다 더 호의적으로 봤던 것은 중국은 분명히 공산주의를 지향했기 때문이었다. 중국 공산주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미국에게 인도는 손을 잡고 키워야 할 나라라고 생각되었다. -191~192쪽, 〈제6장. 수렁에 빠진 역사적 대국들의 현대국가 성립 초기 경제〉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의 중국 제품이 세계시장에 수출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세계경제를 골디락스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거대한 생산력은 세계 각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하고 국제분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즉 공업화과정에서 중국은 글로벌 밸류체인의 확산에 도움이 되었으나 자국 내에서 중간재와 부품 그리고 소재산업까지 발전시키면서 다른 나라들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인도의 제조업은 세계시장에서 다른 국가의 위협이 되어 본 적이 없다.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국가임에도 심지어는 봉제나 잡화부문에서조차 인도의 경쟁력은 낮다. -241~242쪽, 〈제7장. 각기 다른 개혁개방의 성과와 제조업의 현실〉 인도의 제조업이 낙후된 또 다른 이유는 열악한 투자환경이다. 높은 법인세율을 비롯한 기타 세제의 낙후 외에 도로, 전력,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전반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인도는 1990년대 개혁의 하나로 인프라 건설에 100% 외국인투자를 허용했지만, 정책효과는 크지 않았다. 한 예로 인도에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인구가 2010년대 말 아직도 10%를 넘어 세계 141개국 중 전기접근도에서 105위에 머무는데 이는 중국의 100% 보급, 2위라는 수준과 큰 차이가 있다. 전기의 품질 역시 세계 108위에 머문다. -245쪽, 〈제7장. 각기 다른 개혁개방의 성과와 제조업의 현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싸움의 양상은 중국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적어도 인적자원에서는 무한한 공급이 가능해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에서 태어나 모험정신과 기업가정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에 정착했다. 세계의 인적자원이 미국에서 꿈을 펼치려고 한다.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한 젠슨 황도 대만의 타이난에서 태어났다. 유학을 위해 미국에 진출했던 많은 중국인들도 미국 땅에 남았다. 젊은 모험심 가득한 세계의 인재가 미국에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시장이 중심이 되어 자원을 배분한다. 세계의 인력과 자본이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중국으로 몰려들었으나 이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투자지역으로서 중국의 매력은 사라지고 있다. -271~272쪽, 〈제8장. 오늘날 당면한 문제〉 다른 하나는 일시적일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계속될지 알 수 없으나 경제성장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력문제이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생산력 증가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다. 바이든 정부는 정치안보와 경제를 혼합하여 대중국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의 성장과 기술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국가인 한국, 대만, 일본을 설득하고 있다. 중국 첨단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실제로 중국의 산업발전을 막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의 대중국 압력은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낳고 세계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만 정치적으로 상당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85쪽, 〈제8장. 오늘날 당면한 문제〉 중국이 성장 정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인도는 8%대의 성장을 지향하지만 선도 부문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중국의 인구 정체와 고령화와 자본의 수확체감을 고려하면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분명해 보인다. 인도 역시 현재의 경제구조와 자원으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중국경제에 대한 2023년 말 현재 시점의 세계 시각은 대부분 비관적이다. 시진핑 체제의 경직성, 부동산기업의 문제, 경제·사회적 격차, 미국의 압력에 의한 기술혁신의 한계, 주변국이 느끼는 두려움 등 많은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중국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다는 평가이다. 더 나아가 오늘내일 중국경제가 무너져 내린다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경제붕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경기침체가 경제붕괴인가 아니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가? 세계의 주요국은 모두 경기침체를 겪었고 이를 극복해 왔다. -316쪽, 〈맺는 글.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격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서구인들은 중국과 인도를 친디아(Chindia) 혹은 브릭스(BRICS)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불러왔다. 그들의 눈에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였고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인도의 경제적 성과가 더 나아야 했다. 그렇지만 실상 양국의 경제규모와 삶의 격차는 1990년대 이후 계속 확대되었다. 중국은 이제 적어도 구매력평가로 본 경제규모에서는 세계 1위가 되었다. -319쪽, 〈맺는 글.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지만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인도의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과 동남아 주요국의 노동비용이 상승하면 글로벌 생산체제 속에서 인도는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도가 기대하는 8% 정도의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인도의 성장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수많은 빈곤인구를 축소하고 빈곤으로부터 구출해 냄으로써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인 의미를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때가 빨리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322쪽, 〈맺는 글.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출판사 서평 중국과 인도. 지상 최대의 두 제국 오랜 역사 속에 거대한 두 대국이 있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세계 인구의 1, 2위를 차지했던 이 두 나라의 총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했고, 한 나라의 총생산만으로 서유럽 전체의 총생산을 뛰어넘었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달성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조차 근대 초기에는 이 두 나라의 생산력을 넘어설 수 없었다. 거대한 두 제국, 중국과 인도는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물론 동양의 작은 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산업화와 근대화에 늦어지면서 중국은 반식민지로, 인도는 아예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구에 비해 두 나라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1% 미만에서 2~3%대까지 떨어졌고(현대국가 성립 직후), 두 나라는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오랜 시간 수렁 속에서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Pivot to Asia. 다시, 아시아의 시대가 돌아왔다 세계는 항상 두 나라를 주목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차이로 세계 인구의 1, 2위를 차지한 두 나라는 중국은 사회주의,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마침 냉전시대 동안 체제 경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중국과 인도 가운데 어느 나라가 자신들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았다. 중국은 공산주의 초기 실험이 실패하면서 한때 기대수명이 30대에 머무를 정도였고, 아사자도 대량 발생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고, 중국과 인도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 진영은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인도의 장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인도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 한편,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강대국에 올라섰지만, 너무 이른 그들의 자부심 표명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경계심과 거리감을 두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어떻게 오늘을 맞이했고,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경제와 인도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지만 어느 한쪽만으로도 다루기에 거대한 주제였기에 두 나라의 경제성장과 미래를 본격적으로 비교한 책을 아직 만날 수 없었다. 30년 넘게 아시아 경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양국의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부터 경제, 사회구조, 그리고 경제정책과 산업 및 기업 연구를 통해 두 나라 경제를 세밀히 분석해 냈다. 결국, 전 세계인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인도경제는 중국경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경제의 지금과 같은 고도성장은 지속가능할까. 《두 갈래의 길》은 세계인의 이 오랜 질문에 대한 혜안(慧眼)을 제시하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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