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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권이 15·5 규획에서 지향하는 중국의 국가상:강국화 노선의 실현 가능성과 과제
“시진핑 정권이 15·5 규획에서 지향하는 중국의 국가상:강국화 노선의 실현 가능성과 과제” “習近平政権が第15次5カ年計画で目指す中国の国家像―強国化路線の実現性と課題―” 저자 佐野 淳也 발행기관 일본종합연구소(The Japan Research Institute) 발행일 2026년 9월 14일 출처 바로가기 15・5 규획(2026~2030년)은 시진핑 정권의 세 번째 5개년 규획이자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 실현’을 향한 중간 단계다. 2017년 시진핑은 2035년까지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을 크게 높이고, 2049년에는 종합국력과 대외영향력에서 세계 제일의 강국이 된다는 장기 국가전략을 제시했다. 15・5 규획은 14・5 규획의 성과를 이어 16・5 규획으로 연결하는 ‘승전계후(承前啓後)’의 역할을 하며, 2035년 목표 달성을 가속하는 단계로 자리매김한다. 15・5 규획은 14・5 규획의 기본 방향을 계승하면서 목표 수준을 한층 높였다. 2035년까지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대상으로 기존 경제력・과학기술력・종합국력에 대외영향력과 국방력을 추가했고, 금융・에너지・관광도 강국화 대상에 포함했다. 경제성장률은 고정된 수치로 제시하지 않고 매년 상황에 따라 설정하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GDP 성장률보다 높이고 전요소생산성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등 양적 성장보다 질적 향상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제조강국’이다. 약 100개의 중점 프로젝트 가운데 AI의 산업응용, 휴머노이드 로봇, 고성능 AI 칩, 첨단소재 등 ‘신질생산력’ 관련 사업이 28개로 가장 많다. 6G・양자기술・바이오제조 등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전통산업은 AI와 결합한 스마트화・녹색화를 추진한다. 제조업의 GDP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한다는 방침도 명시해 질적 고도화를 우선하면서 제조업의 양적 기반도 유지하려 한다. 미중 경쟁에 대응한 공급망 강인화와 과학기술의 ‘자립자강’도 핵심이다. 중요 자원・에너지의 국내생산과 비축을 확대하고 해외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한편, 집적회로와 공작기계 등 초크포인트가 되는 핵심기술의 돌파를 추진한다. AI・양자・바이오 등 첨단기술뿐 아니라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정부조달, 벤처・M&A 펀드, 세제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혁신을 유도한다. 여기서 자립자강은 자급자족보다는 국제 기술경쟁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 확대에서는 소비를 경제성장의 ‘주동력’으로 규정하고 사회보장 확충, 소비자 보호, 휴가 장려 등을 통해 소비심리를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재정규율을 중시해 대규모 재정지출에는 소극적이며, 좋은 상품과 서비스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려는 공급 중심적 접근이 강하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경제성장은 유지할 수 있더라도 소비심리 개선은 제한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정치적으로는 당 중앙의 통제를 더욱 강화한다. 지방과 분야별 규획을 15・5 규획에 맞춰 수립・집행하도록 하고 규획 수정에도 당 중앙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외교에서는 기존의 ‘독립자주 평화외교’ 대신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를 전면에 내세워 대외영향력 확대와 글로벌사우스와의 연대, 다자주의와 국제 거버넌스 참여를 강화한다. 전체적으로 15・5 규획은 제조강국, 공산당의 지도, 대외영향력에서는 대체로 계획대로 진전될 가능성이 크지만 내수 확대와 교육・환경에서는 일부 지연이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정부는 하향식 자원배분을 통해 제조업 육성처럼 ‘계획 가능한 정책’을 실행하는 능력은 높지만 소비심리나 청년의 가치관처럼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정책에는 취약하다. 따라서 강국화가 제조업 강화에 그치지 않고 2049년 종합국력과 대외영향력에서 세계 제일이라는 목표로 이어지려면 공급 중심의 성장과 취약한 내수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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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이징은 트럼프의 유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는가
“왜 베이징은 트럼프의 유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는가” “Why Beijing Isn’t Taking the Bait with Trump” 저자 Ryan Hass 발행기관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 발행일 2026년 9월 9일 출처 바로가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경쟁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시진핑과 중국이 중시하는 여러 문제에서는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대우하며 ‘G2’ 구상까지 언급했다. 중국의 정치체제나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을 사실상 중단했고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도 일부 허용했다. 동맹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지도 약하며 동아시아의 항모전단과 미사일방어체계를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대만 문제에서도 대만이 긴장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향후 무기판매를 시진핑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않고 있다. 2026년 5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의 공개적인 찬사에 상응하는 표현을 하지 않았으며 이란 문제나 대규모 상업계약에서도 트럼프가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만한 장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제시한 ‘G2’ 개념도 거부하고 대신 시진핑이 제안한 ‘건설적 전략안정’을 양국관계의 틀로 부각했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자극하는 행동도 피하면서 정상 간 관계 자체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제관계에서도 중국의 대응은 제한적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중국의 대미 직접수출은 감소했지만 중국의 세계 전체 수출과 중국산 요소가 포함된 미국의 수입은 계속 증가했다. 중국은 트럼프 방중 당시 예상됐던 보잉 항공기 500대 대신 200대 구매 의사를 밝혔고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구매 약속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희토류와 자석 수출에서도 미국은 중국이 합의를 부분적으로만 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펜타닐 전구체 통제와 공동수사에서는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양국관계는 안정됐지만 전략적 경쟁 자체는 약화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 자국에 유리하다는 자신감이다. 중국 지도부는 2025년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가 물러섰다고 평가하고 2026년 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도 비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공급원 다변화를 통해 견뎌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의 힘이 점차 대등해지며 ‘전략적 교착’에 진입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목표는 미국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안정을 유지하면서 자립능력을 강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두 번째는 트럼프의 대중국 유화노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제적 영향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수록 미국의 견제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역시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높이 평가하다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대중국 태도를 바꾼 경험이 있다. 2029년 트럼프 퇴임 이후 차기 대통령이 다시 강경한 중국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중국의 경계심을 높인다. 세 번째는 트럼프 개인의 유화적 발언과 미국 정부의 실제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드론・로봇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중국기업을 제재하며 희토류・자석 등 첨단산업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을 줄이고 있다. AI에서도 미국 기술체계를 다른 국가에 확산하려 한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AI 행동계획처럼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공식 전략을 트럼프의 우호적인 발언보다 중요하게 본다. 중국의 시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여전히 제로섬 경쟁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네 번째는 시진핑의 우선순위가 국내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대규모 반부패운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2022년 이후 중앙군사위원회와 전구급 고위 장교 101명이 해임되거나 사라졌다. 경제성장 둔화와 청년실업, 지방정부 부채에도 대응해야 하며 2027년 가을 21차 당대회를 앞두고 네 번째 임기와 지도부 인선도 준비하고 있다. 강력한 반부패운동으로 관료들의 정책적 자율성까지 약해지면서 대미관계에서 과감한 새로운 구상을 추진할 동력도 제한되고 있다. 결국 현재 미중관계는 문제를 해결한 안정이 아니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불편한 평온’에 가깝다. 양국 모두 상대를 압도할 결정적 경제적 우위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은 희토류 등 중국 의존을 줄이고 중국은 첨단반도체와 항공기 등의 자립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와 획기적인 관계개선을 추구하기보다 이러한 역량을 구축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관계를 관리하려 한다. 따라서 베이징은 미국과의 충돌도 원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유화적 접근을 장기적인 전략변화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중국의 핵심 목표는 현재의 안정을 이용해 향후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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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의 AI 자율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권 지키기
“중견국의 AI 자율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권 지키기” “Middle Power AI Agency: Preserving Choic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저자 Douglas A. Rediker 발행기관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 발행일 2026년 9월 8일 출처 바로가기 인공지능은 경제와 지정학적 힘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선도적인 AI 모델과 연산능력, 플랫폼을 통제하고 AI를 실물경제에 통합하는 국가가 세계경제와 국제질서의 조건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일본・한국 등 중견국이 미국이나 중국의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기술뿐 아니라 산업・국방・과학・보건・정보・문화・정치에서도 외부의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중견국의 목표는 미중과 모든 AI 분야에서 경쟁하거나 기술적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이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역량과 선택권, 이전 가능성,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야 한다. 중견국에 가장 현실적인 기회는 물리적・산업 AI 분야에 있다. 미국은 범용 AI 플랫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만 로봇과 산업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배력이 약하다. 반면 중국은 이미 로봇과 산업자동화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24년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의 54%를 차지했고 약 200만 대를 운용했다. 따라서 중견국이 가격이나 규모로 중국과 경쟁하기보다 의료・전력망・수자원・철도・항만・통신・국방・이중용도 제조업처럼 법적 관할권과 안보, 신뢰성, 상호운용성, 통제가 가격보다 중요한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전략이 ‘모듈형 주권(modular sovereignty)’이다. AI의 전체 가치사슬을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는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다른 분야에서는 상호의존을 관리해야 한다. 중견국들은 대규모 모델 학습과 일부 기반모델 연구, 연산 인프라, 에너지 투자, 데이터 등 규모가 필요한 역량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실제 응용과 배치, 언어와 분야별 활용에서는 국가와 기업의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Pax Silica와 이해가 일치하는 공급망 회복력과 대중국 대응에서는 협력하면서 독자적인 역량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별도의 능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본과 한국은 이러한 협력의 주요 기반이 될 수 있다. 일본의 Noetra 프로젝트에는 44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로봇과 물리 AI를 위한 일본형 멀티모달 기반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제조・물류・수송・의료・에너지・인프라 분야까지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과 로봇, 정밀공학, 산업현장의 운영데이터에서 강점을 갖는다. 다만 약 2만 7,500개의 Nvidia Rubin GPU를 사용할 예정이어서 연산 부문에서는 미국의 관할권에 계속 노출된다. 따라서 첨단 가속기 공동구매와 전략비축, 일본 Rapidus와 한국 Samsung 등의 역내 생산역량 지원, 산업용 특화 반도체와 소형 전문모델 개발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공동전략의 핵심축이 될 수 있다. 한국의 Sovereign AI Foundation Model 사업은 정부지원과 국내 컨소시엄 간 경쟁을 결합하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 개발된 한국 모델 4개가 Epoch AI의 주요 모델 목록에 포함됐다. 한국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와 전자・통신・배터리・조선・자동차・산업기계에서 강점을 갖는다. 일본의 로봇・센서・정밀제조, 한국의 반도체・통신・전자와 AI 모델, 유럽의 대규모 금융과 시장・산업기반을 결합하면 상호보완적인 중견국 AI 연합을 구성할 수 있다. 유럽은 자원과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가별 분절이 문제다. InvestAI를 통해 2,000억 유로의 투자를 동원하고 AI 기가팩토리를 구축하려 하지만 회원국들은 연산시설의 위치와 주도기업, 비용부담, 데이터 공유 등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AI 투자가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별 국가 중심의 사업과 느린 실행은 미중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고착시킬 수 있다. 중견국 협력에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공공조달을 활용하면 자금지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EU 공공기관의 연간 조달액만 약 2조 유로로 GDP의 13.6%에 이른다. 참여국들이 핵심 인프라・통신・국방・로봇 등의 일정 비율을 상호 조달하기로 장기적으로 약속하면 기업에 안정적인 수요와 투자 가능한 수익을 제공하고 물리 AI에 필요한 운영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다. 일본・한국・유럽 기업에 상호 조달시장 접근을 보장하면 개별 국가가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규모도 만들 수 있다. 중견국들은 미국이나 중국과의 협력을 끊는 대신 공동투자와 상호조달을 통해 대체 가능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참여국은 자금・기술・에너지・데이터・시장 접근 등 기여에 상응해 공동 인프라와 지식재산에 접근하고, 국가별 독자사업과 미중 기업과의 협력도 유지할 수 있다. 일본・한국・유럽이 보유한 자본과 기술, 인재, 산업데이터와 공급망, 시장규모를 결합한다면 미중과 동일한 AI 역량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기술적 자율성과 선택권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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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하는 대전략: 형성 시기, 지적 기원과 주요 윤곽
“중국의 부상하는 대전략: 형성 시기, 지적 기원과 주요 윤곽” “China’s Emerging Grand Strategy: Timeline, Intellectual Origins, and Contours” 저자 Minxin Pei 발행기관 차이나리더십모니터(The China Leadership Monitor) 발행일 2026년 9월 1일 출처 바로가기 중국의 대전략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경제발전 중심에서 국가안보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2016년 제13차 5개년 계획까지 중국은 국제환경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경제발전을 최우선에 두었지만, 2020년 제14차 5개년 계획은 안보를 전략의 중심에 배치했다. 2017년 19차 당대회와 2022년 20차 당대회 보고의 차이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시진핑은 2018년 이후 복잡하고 엄중한 외부환경, 디커플링, 기술병목, 외부 억압과 봉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는 미중관계를 신냉전의 가능성과 연결했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의 경쟁을 일시적 갈등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립으로 인식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대전략의 중요한 지적 기반은 마오쩌둥의 지구전론이다. 지구전의 핵심은 열세에 있는 측이 단기간의 결정적 승부를 피하고 장기간에 걸쳐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국내 자원과 정치적 지지를 동원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상대의 연합을 약화시키며, 장기적 소모를 통해 상대의 물질적・정치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전략적 방어, 전략적 대치, 전략적 공세의 세 단계로 진행되지만 각 단계는 고정적이지 않고 역전될 수도 있다. 중국이 2020년 이후 취약성 축소와 기술자립, 쌍순환, 국내동원에 집중한 것은 자신이 아직 상대적으로 불리한 전략적 방어 단계에 있다는 판단과 연결된다. 소련 붕괴의 교훈도 중국 지도부의 전략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시진핑은 소련 붕괴의 핵심 원인을 이념적 신념 상실과 당의 통제력 약화에서 찾고 있어 국내 검열과 사회통제, 이념교육을 체제 생존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소련이 경제개혁에 실패하고 세계경제에서 고립됐으며 전략적으로 과잉팽창했다는 교훈도 의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와의 연계를 유지하고, 핵심이익과 거리가 먼 분쟁에는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취약성 축소, 국내자원 동원, 대외 파트너십 강화, 세계경제와의 연계 유지, 전략적 집중으로 구성된다. 쌍순환은 서방 수요와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시도이며, 기술자립은 미국의 수출통제 수단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진다.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도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힘의 균형을 개선하려는 선택이다. 동시에 중국은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같은 주변적 분쟁에 직접 깊이 개입하지 않으며 소련식 전략적 과잉확장을 피하려 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 미국의 다른 지역 분쟁 부담,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기술자립 성과는 중국 지도부가 전략적 방어에서 전략적 대치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전반적 정체는 미국과의 종합국력 격차를 좁히는 데 제약이 되고, 시진핑이 소련 붕괴를 이념적 실패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이념적 순수성은 억압과 숙청, 민간부문 차별로 이어져 오히려 국가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새로운 대전략은 시진핑 집권 초기보다 훨씬 일관되고 체계적이지만, 그 성공 여부는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지도부의 판단, 이념적 경직성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