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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금융의 진화: 중국의 글로벌 자본 흐름 재편 전략
“홍콩 금융의 진화: 중국의 글로벌 자본 흐름 재편 전략” “Hong Kong’s Financial Evolution:China’s Bid to Shape Global Capital Flows” 저자 Diana Choyleva 발행기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발행일 2025년 6월 11일 출처 바로가기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가 6월 11일 발표한 『Hong Kong’s Financial Evolution: China’s Bid to Shape Global Capital Flows』는 홍콩이 수행하는 금융 허브로서의 기능이 중국 본토의 전략적 자본 통제 정책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향후 글로벌 금융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국가보안법(National Security Law) 시행 이후 정치적으로 위축된 듯 보이는 홍콩이, 실제로는 여전히 독립적인 금융 시스템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대외 금융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이제 단순히 외국 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통로가 아니라, 중국 국내 자산이 세계 시장으로 유출되는 ‘통제된 출구’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중국 가계가 보유한 약 21조 달러 규모의 자산 중 상당수가 부동산에 치중된 상황에서, 홍콩은 이 자산이 점진적으로 금융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적 연결 고리를 제공하고 있다. ‘Stock Connect’, ‘Bond Connect’, ‘ETF Connect’, ‘Wealth Management Connect’ 등 다양한 연계 제도가 구축되었으며,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자본 유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도 통제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이 추구하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자본 통제와 글로벌 금융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절묘한 전략이다. 특히, 홍콩은 법치에 기반한 공통법 시스템, 낮은 세율, 높은 투명성, 자유로운 외환 거래 등의 조건을 통해 여전히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홍콩의 금융 규제가 중국 본토와는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이러한 분리는 오히려 중국 정부의 전략적 이익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홍콩 달러의 미국 달러화 고정 환율제(페그제)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국제 통화 질서에서의 연계성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로 간주된다. 이 제도는 대규모 자본 유입·유출을 흡수하면서도 홍콩 내부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중국 당국 역시 이를 전략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참가자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미국이 홍콩의 환율 제도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와 동시에, 보고서는 홍콩이 다가오는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중국식 대안 시스템’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가능성도 지적한다. 디지털 위안화의 실험이 포함된 mBridge 프로젝트, 녹색금융(그린파이낸스) 및 핀테크 분야에서의 선도적 입지,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의 개방적 태도 등은 모두 그러한 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 중심의 중국 기업 해외 진출 제2 물결이 본격화되면서, 홍콩은 이들 기업의 국제 금융 접근을 지원하는 전략적 창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은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대한 함의를 제시한다. 현재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홍콩에 대한 미세한 이해나 차별적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향후 정책 대응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특히 암호화폐, ESG 기반 투자, 디지털 금융 등에서 미국이 전략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영역에서 홍콩이 앞서나갈 경우,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는 홍콩이 단순히 중국의 일개 도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 흐름을 조정하는 전략적 접점이자, 중국이 통제와 개방을 동시에 실현하려는 금융 실험의 전진기지임을 강조한다. 홍콩의 금융 진화는 곧 중국의 대외 경제 전략의 일면이며, 이 변화의 방향성은 향후 글로벌 금융 지형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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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25개국 핵심·신흥 기술 지수
“글로벌 25개국 핵심·신흥 기술 지수”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Index” 저자 Eric Rosenbach 외 발행기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Belfer Center 발행일 2025년 6월 5일 출처 바로가기 하버드 케네디스쿨 산하 벨퍼센터는 6월 5일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Index Report』를 통해 인공지능, 바이오기술, 반도체, 우주기술, 양자기술 등 5개 핵심·신흥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25개국의 기술력을 비교 분석한 종합지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기술력의 차이가 단순한 경제 성과를 넘어 지정학적 패권과 국가전략 전반을 결정짓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술 진보가 안보, 경제, 산업, 외교에 직결되는 현실 속에서 이 보고서는 특정 국가가 어떤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어떤 분야에서 구조적 약점을 드러내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술 분야별로 약 50개의 핵심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종합하여 국가별 기술력 점수를 산출하였다. 각 기술의 중요도는 반도체 35%, 인공지능 25%, 바이오기술 20%, 우주기술 15%, 양자기술 5%로 가중치를 배정했다. 이 비중은 지정학적 영향력, 공급망 리스크, 기술 성숙도, GDP 기여도 등 전략적 요소를 종합 고려한 결과다. 총체적 결과에서 미국은 다섯 개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기술력은 민간기업, 대학, 정부기관이 연계된 분산적 혁신 생태계에 기반하고 있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개방적 구조에서 자원을 융합하고 기술을 신속하게 상용화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AI와 우주기술 분야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다. 다만 학술연구 자금의 감소, 정치 양극화 등은 이러한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는 변수로 지적되었다. 중국은 전반적으로 미국을 추격하는 위치에 있으며, 바이오기술과 양자기술 부문에서는 미국과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좁다. 대규모 국가 투자, 인구 기반의 인적자원,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자립도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며, 공급망의 국산화를 통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AI 고도화 및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여전히 뒤처져 있으며, 핵심 장비와 설계 툴의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으로 남아 있다. 유럽은 AI, 바이오, 양자기술에서는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반도체와 우주 분야에서는 일본, 한국,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에 비해 뒤처진다. 기술력 자체는 높으나 유럽 내 기술, 자본, 정책의 통합이 미진하고 각국의 규제와 시장구조가 분산되어 있어 경쟁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단일 시장 강화, 공동 기술개발 체제 확립, 연구개발 자금의 초국가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일본, 한국, 대만, 캐나다 등은 분야별로 특화된 경쟁력을 보인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 AI-로봇 통합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캐나다는 양자기술과 AI 안전성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기술 간 융합과 상호 연동이 강화되면서 특정 기술의 우위가 다른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경로의존적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AI는 바이오와 반도체 연구를 가속화하고, 반도체 기술은 AI, 양자기술 응용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 생태계는 상호 보완적이며, 하나의 기술 격차가 전체 기술력 격차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팬데믹이나 전쟁 같은 외생적 충격이 기술 공급망을 단절시킬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각국 정부는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을 통해 전략산업의 자립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특히 미국은 수출통제와 기술동맹을 활용해 기술 경쟁 우위를 제도화하려 하며, 중국은 내부 시장과 국산화 전략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규모 국가라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과 협력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된다. 예컨대 캐나다는 세계 인구의 0.5%에 불과하지만, 전체 양자 연구 인력의 5%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국가 전략을 수립해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특정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과 국제 협력 구조 참여를 통해 중소 국가도 기술 패권의 일부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기술력의 종합 분석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국가별 기술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외교, 안보, 산업 전략을 어떻게 형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특히 국가 간 기술 불균형의 구조적 원인과 그 극복을 위한 제도적 경로에 대한 분석을 포함함으로써 정책 결정자들에게 구체적인 전략 수립의 기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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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 2025의 진화
“중국 제조업 2025의 진화” “Beyond Made in China 2025 – China’s dream of broad-based industrial greatness” 저자 Max J. Zenglein 발행기관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발행일 2025년 6월 4일 출처 바로가기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6월 4일 발표한 「Beyond Made in China 2025 – China’s dream of broad-based industrial greatness」는 중국의 산업정책이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이하 MIC25)를 넘어 전면적 산업패권 전략으로 진화한 과정을 분석하고, 그 경제적·지정학적 함의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이라는 산업전략을 발표하며, 저비용 제조기지에서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강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초기에는 열 가지 핵심 산업 분야—철도장비, 전기차, 전력설비, 첨단 IT, 바이오의약품, 고성능 의료기기, 항공·우주, 신소재 등—에 집중되었으며, 이 전략은 이후 10년간 중국의 기술역량 제고를 주도해왔다. 이 기간에 중국은 철도, 전기차, 전력설비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고급 반도체, 항공, 바이오의료기기 등 고난도 영역에서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MIC25는 광범위한 기술혁신 붐을 촉진하여, 수입 의존도를 현저히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MERICS 무역의존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또는 EU로부터 주로 수입하던 품목 수는 2000년 351개에서 2022년 177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EU가 중국에 의존하게 된 품목은 953개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내 ‘병목지점(choke point)’을 통제하는 국가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MIC25는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비록 공식 문서에서 ‘MIC25’라는 용어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핵심 산업군은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으며, 중국의 전략적 경제안보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재편과 자립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기존 글로벌 제조 경쟁력 유지·강화를 노골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산업정책은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생산력 강화와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었다. 중국 정부는 5G, 인공지능(AI), 녹색기술을 단일한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간주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시키고 있다. 운영체제, 통신기기, 친환경기술, 신소재, 바이오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진보는 생산성·품질·안보 역량 향상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진핑 정부가 강조하는 ‘중국식 현대화’ 구상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이후 ‘신생산력(new productive forces)’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20기 3중전회(2024년)는 AI, 신소재, 양자기술 등 혁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국가 경제 장기전략의 핵심 과제로 명시하였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이제 ‘수평적 정책(horizontal policy)’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는 산업 간 융합과 범용기술의 파급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도 제조 역량을 갖춘 전방위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중소기업 및 혁신 기업도 동시에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MIC25 시기부터 시작된 ‘리틀 자이언츠(Little Giants)’ 프로그램을 통해 15,000개 이상의 고기술 중소기업이 육성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형 산업기술 진흥전략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동시에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중국의 산업 성장 전략은 소비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을 미룬 채 제조업 중심 구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중산층의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의 미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하고, 경제 전반에 구조적 긴장 요인이 누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로서는 소비 중심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 노선을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내적으로는 중산층 불만과 계층 간 격차, 외적으로는 선진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기술패권 경쟁 심화라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결국 MIC25가 촉발한 성장 모델은 지금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으며, 중국의 산업전략은 이제 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검증받아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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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보는 세계
“시진핑이 보는 세계” “The World According to Xi Jinping” 저자 Richard McGregor 발행기관 호주 로위 연구소(The Lowy Institute) 발행일 2025년 6월 2일 출처 바로가기 호주 로위 연구소(The Lowy Institute)가 6월 2일 발표한 『The World According to Xi Jinping』는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 대외전략과 그 이면의 세계관,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국내 정치·경제·군사 체제를 종합적으로 조망한 분석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과 같은 국제정치의 격변 속에서도 시진핑의 정책 기조는 변화하기보다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트럼프의 불확실하고 갈등 중심적인 대외정책은 오히려 시진핑으로 하여금 미국을 상대로 한 경쟁 전략을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동맹망을 분열시키려는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의 대외정책은 덩샤오핑 이래 중국 외교의 기조였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폐기를 상징한다. 중국은 더 이상 조용히 성장하는 국가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이를 국제무대에서 실현하려는 강경하고 주도적인 행위자로 나섰다. 특히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무역, 외교, 군사, 가치관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시진핑의 집권 이후 점차 가속화되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대만, 인도 국경 등에서의 영유권 주장 강화는 물론이고,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 Belt and Road Initiative(BRI)를 통한 경제적 영향력 확대 등이 그 구체적 표현이다. 특히 국제기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중심의 보편적 가치를 ‘개발과 안정’ 중심의 질서로 대체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시진핑 외교의 핵심 방향성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는 이러한 대외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소련과 같은 방식으로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자립적 기술 축적을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은 GDP 성장만을 중시했던 과거의 ‘GDP주의(GDPism)’를 종결짓고, 경제성장을 국가안보와 정치안정이라는 보다 종합적인 목표 아래 배치한다. 그리하여 기술 자립과 산업 공급망 내재화, 대외 의존의 축소가 경제 전략의 핵심 축이 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전시경제 체제’ 구축을 준비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군사력 또한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을 추구하는 주요 수단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보다 더 많은 함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군력과 해경, 어선 민병대까지 총체적으로 통제하는 해양력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실질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군력, 미사일 전력, 핵무기 보유 능력에서도 비약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이는 중국이 단순히 방어적인 군사 전략에서 벗어나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외교·경제·군사적 행보를 관통하는 것은 중국의 세계관이다. 시진핑 체제는 미국이 대표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본질적으로 부정하고, 자국 중심의 대안적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2021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제츠가 밝힌 “미국은 자신만의 가치를 주장할 뿐, 그것이 국제사회 전체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이러한 관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서사를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이는 언론, 학술, 문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일방적인 국력 과시만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을 동원한 ‘전면적 국가 전략’의 결과이다. 국가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안보 시스템은 내부 불안정과 외부 위협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외교부뿐 아니라 당 대외연락부(ILD), 통일전선부, 국영기업, 국유 언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당-국가-사회’의 통일된 외교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특히 해외 중국계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통일전선 전략, 다국적 기업 및 정치세력과의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ILD의 정치외교 외연 확대, 국유기업의 외교적 임무 수행 등은 타국의 외교 구조와 차별화된 중국 특유의 시스템적 전략이다. 한편, 시진핑의 주요 정책 과제는 ‘3대 글로벌 구상’으로 대표된다. ‘글로벌 개발 구상(GDI)’, ‘글로벌 안보 구상(GSI)’, ‘글로벌 문명 구상(GCI)’은 과거 BRI의 한계를 보완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적 세계질서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개도국과 중견국을 중심으로 한 남반구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는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비서구 중심 세계질서’를 제안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힌다. 결론적으로, 시진핑의 전략은 단기적 충돌을 회피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약화하고, 중국 중심의 질서를 대체 수단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의 지속 가능성은 중국 경제의 성장 유지 여부, 내부 정치의 안정성, 그리고 미국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 등 복합적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특히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을 넘어 단기적 위기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