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진핑 중국 공산당의 세계패권 장악을 위한 통일전선공작이 남중국해 이어 남태평양, 그중에서도 뉴질랜드에까지 뻗어있다면? 본서 ‘마법의 무기, 뉴질랜드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은, 호주에서의 중국 공산당 침투 문제를 고발해 작년봄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의 프리퀄(prequel)과 같은 작품으로, 뉴질랜드를 사례로 하여 중국 공산당이 벌이고 있는 해외 정치 공작 활동의 한 ‘전형’을 설명해주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앤-마리 브래디
Anne-Marie Brady
중국 정치, 남극 관련 국제정치, 뉴질랜드 외교정책, 태평양 지역 정치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학자로, 현재 아오테아로아(Aoteatoa)-뉴질랜드(New Zeland) 남섬의 주요 도시인 오타우타히(Otautahi)-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소재, 캔터베리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과에서 정교수로 재직중이다. 뉴질랜드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of New Zealand) 펠로우, 우드로 윌슨 센터(Woodrow Wilson Centre)의 글로벌펠로우, 호주전략정책연구소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의 시니어펠로우 등의 명예직책을 겸임하고 있다.
번역 김동규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여러 기업체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2003년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서 2개월간 국내 중소기업의 현지법인 설립 업무를 맡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판다의 발톱, 캐나다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 ‘존 볼턴 백악관 회고록’, ‘테크심리학’, ‘턴어라운드’, ‘유니콘의 눈물’, ‘21세기 기업가 정신’ 등이 있다.
추천사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
“중국은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도 명백하게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의 앤-마리 브래디 교수가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경종를 울리고 있는데, 그녀가 이를 ‘새로운 글로벌 쟁투(a new global battle)’라고 지적한 것에 동의한다. 쟁투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책 속으로
본 정책보고서는 시진핑 체제 중국의 해외 정치 공작 활동을 대표적 사례인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뉴질랜드와 중국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중국 정부가 중국과 뉴질랜드의 관계를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맺는 관계를 예시하는 하나의 모범(exemplar)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주뉴질랜드 중국 대사는 양국 관계를 일컬어 “기타 서구 국가에 대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2017년에 중국 총리 리커창이 뉴질랜드를 방문한 후, 중국의 한 외교관은 양국 관계를 1960년대 중국과 알바니아 사이에 맺었던 긴밀한 관계에 곧잘 비유하기도 했다.(p.27)
중화인민공화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수정주의 국가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외부 세계가 바라보는 오늘날의 중국이 왜곡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중공 정부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둘러싼 안보 환경을 바꿔놓겠다고 결심했고, 이에 따라 1990년대부터 하드파워 역량을 착실히 구축해왔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은 중국을 세계적 경제 강국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후진타오 정권 이후 중국은 종합적 국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프트파워 활동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 그러나 조지프 나이에 따르면 중국(그리고 러시아)은 아직도 소프트파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그가 측정하는 방식의 소프트파워, 즉 문화적 매력, 정치적 가치, 외교 정책 등의 면에서 여전히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지프 나이는 국가의 소프트파워 향상에 미치는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은 통일전선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일당독재 기관과 그 계열 조직을 이용하여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모두 발전시키고자 하며, 따라서 소프트파워 강화 수단이라는 면에서 훨씬 더 광범위한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pp.38-39)
시진핑 시대의 정치 공작 활동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요약된다.
ㆍ 해외 중국교포 사회를 관리, 지도하여 이들을 중국 외교 정책의 공작원으로 포섭하는 활동을 강화한다.
ㆍ 사람과 사람, 당과 당, 그리고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관계를 통해 외국인을 포섭하여 이들이 중공의 외교적 정책 목표에 협조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한다.
ㆍ 세계적 규모의 멀티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한다.
ㆍ 중국 중심의 전략적 경제블록을 구축한다.
다음 항목에서는 이 네 가지 수법을 하나씩 살펴보고, 이것이 적용된 대표적인 소규모 국가 하나를 예로 들어 이 수법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이 나라는 농업과 풍부한 천연자원, 그리고 적은 인구로 잘 알려진 오세아니아 대륙의 민주국가, 바로 ‘뉴질랜드’다. (p.44)
헬렌 클라크(Helen Clark) 노동당 정부 시절(1999-2008년)에는 뉴질랜드-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도 있었지만, 2008년에 뉴질랜드 국민당(New Zealand National Party)이 큰 인기를 끌며 집권한 이후부터 대중국 관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민당 정부는 대중국 관계에서 두 가지 원칙을 천명했다. 하나는 "튀지 않겠다(no surprises)"는 정책이었다. 다시 말해 뉴질랜드 정부나 공직자, 혹은 정부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사람은 중국 공산당 정부를 거스를 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오래전부터 강조되어온 ‘정치 관계 정상화’ 원칙이었다. 그런데 뉴질랜드 국민당 정부가 말하는 정치 정상화란 중국의 중앙 및 지방 지도자, 또는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그들의 대표자 및 관련자와 광범 위하고 친밀한 정치 관계를 수립해나간다는 뜻이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뉴질랜드 외무부 장관을 지낸 머리 맥컬리(Murray McCully)에 따르면, 재임 중 뉴질랜드 정부가 대중국 관계 정상화를 ‘최고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2008년 중국과 FTA를 수립한 이후 대중국 무역이 확대된 덕분에 뉴질랜드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무사히 헤쳐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p.62)
하지만 뉴질랜드 국민당 홈페이지에 실린 양젠의 이력에는 그가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공부하고 근무한 내용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오클랜드대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할 때의 온라인 프로필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가 국회의원이 된 다음 해인 2012년, 중국 방문 절차의 일환으로 중국 측 공직자들에게 회람하기 위해 주중국 뉴질랜드 대사관에 제공한 영문 이력서에는 이런 정보가 실려있었다. 더구나 뉴질랜드 국민당 청룡회(당내 화교 청소년 조직) 설립 추진용으로 작성된 중국어 자료에는 그가 뤄양외국어대학교에서 공부한 이력은 강조하면서도, 이것 외에 중국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관해 전혀 언급이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뤄양외국어대학교와 관련된 그의 과거를 이렇게 일부만 언급한다는 사실은 뉴질랜드내 화교 사회에 일종의 ‘암호’와 같은 의미를 띠는 것으로 추정했다.(p.75)
2017년 6월, 중국 언론은 중국의 소프트파워 세계 순위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의기양양하게 보도했다. 중국이 소프트파워 순위에서 이탈리아와 같은 25위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중국의 눈물겨운 통일전선공작 시도가 효과를 발휘해, 이제 중국이 이른바 ‘마법의 무기’라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외국 정부와 사회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는 중이었다. 뉴질랜드 역시 다른 많은 나라처럼 중국의 정치간섭 활동이 거의 포화에 이를 정도로 심해진 데다, 특히 그동안 중국과 관계를 맺어온 패턴이나 이 나라가 보유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뉴질랜드는 가장 극심한 정치 공작 활동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p.124)
필자의 논문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뉴질랜드안보정보청(NZSIS)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 공작 활동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과거 10년 동안 오로지 대테러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며, 뉴질랜드 사회 전반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필자의 논문은 중국 공산당의 이른바 ‘통일전선공작’이 첩보 활동 및 정치적 전복 기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철저히 추적함으로써 이 분야 연구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132)
출판사 서평
뉴질랜드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침투당해 국가 전복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마치 달에서 옥토끼가 발견됐다는 말처럼 허황되다는 느낌부터 받을 것이다. “뉴질랜드”와 “중국”, 양국은 일단 물리적 거리부터가 그렇지만, 뭔가 접점이랄게 전혀 없는 국가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라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상부터가 ‘남태평양의 스위스’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는 건국 이래 다른 나라와 갈등, 분란이 있었던 경우가 사실상 없으며, 호주와 더불어 태평양에서 오직 두 곳인 백인 위주의 국가로, 많지 않은 인구,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정치환경이나 복지제도도 북유럽에 못지않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반쯤은 천국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곳에서 어떻게 음험한 이미지의 중국 공산당이 노골적으로 활보하게 됐다는 말인가.
본서 ‘마법의 무기, 뉴질랜드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Magic Weapons : China's political influence activities under Xi Jinping)’은 바로 그 원인과 배경, 실태를 뉴질랜드 현지 지식인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고발하고 있는 책이다. 이번 한국어판 책은 원 저자인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의 앤-마리 브래디(Anne-Marie Sharon Brady) 교수가 2017년 9월에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동명(영어)의 첫 논문을 바탕으로, 이후 2021년까지 앤-마리 브래디 교수가 발표한 관련 논문들 내용을 미디어워치 출판사가 일부 보강해 재편집해 출간한 것이다.
뉴질랜드를 시금석으로 한 중국 공산당의 국가 잠식 통일전선공작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2012년도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권력을 거머쥐게 된 이후, 시진핑 본인이 ‘마법의 무기(법보·法寶)’라고 칭한 바 있는 통일전선공작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태평양의 미국 동맹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뉴질랜드에 어떻게 침투해 들어오게 됐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뉴질랜드에 대한 중국 공산당 침투 사례 연구를 통해 시진핑 시대의 해외 정치 공작 활동은 마오쩌둥 시대에 확립된 방식을 계승하면서도,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야심을 담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중국 공산당은 왜 하필 뉴질랜드를 노렸을까.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넓은 해양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특히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물론, 남극 대륙에 대해서까지 종주권,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다. 값싼 경작지, 적은 인구, 그러면서도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뉴질랜드는 ‘파이브아이즈(Five Eyes)’로 알려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로 대표되는 앵글로색슨 첩보동맹의 일원이다. 중국 입장에선 호주보다도 훨씬 더 취약한 연결고리인 뉴질랜드를 ‘파이브아이즈’에서 이탈시킬 수만 있다면 세계 패권국 지위 확보에 있어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뉴질랜드 국회와 언론, 대학을 좌지우지한 중국 공산당
뉴질랜드 제도권 정치에서 중국계의 입김은 이전부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민국가로서, 중국계 인구가 이미 뉴질랜드 인구의 5%나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부턴가 중국 공산당이 대사관과 영사관, 그리고 갖가지 통일전선조직을 활용하여 중국계 교민사회를 완전히 통제, 감시함으로써 중국계 뉴질랜드인들에 대한 정치적 지배권을 확립해버렸다는 데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에 더해 중국계 기업들에 대해서 본토에서의 사업기회 등 이권을 제공, 뉴질랜드에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여러 조직과 정치인에게 각종 자금을 지원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일당독재 중국 본토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뉴질랜드 중국계 교민사회에 정치적 다양성이 생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 국회에는 중국 공산당의 구미에 철저히 맞는 중국계 정치인들, 심지어 전직 중국 공산당원이자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정보관계자(양젠(杨健, Yang Jian) 의원의 사례), 그리고 사실상의 통일전선공작원(레이몬드 후오(Raymond Huo) 의원의 사례)까지 속속 진입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물론 몇몇 중국계 정치인들만으로 뉴질랜드가 중국에 완전히 잠식될 수는 없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비중국계 뉴질랜드 현지 정치인들도 하나둘 적극 포섭, 친중파로 돌아서게 만드는 공작도 병행해 추진해나갔다. 이는 물론 중국 공산당이 그간 여느 국가들에서 펼쳐온 통일전선공작과도 같은 방식으로, 바로 전직 총리, 전직 시장 등에게 직위, 자금 등을 제공해 먼저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특히 국가적 문제에 대한 관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정부부터 차례차례 중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도록 공략해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존 키(John Key) 전 총리, 제니 쉬플리(Jenny Shipley) 전 총리, 밥 하비(Bob Harvey) 전 와이타케레(Waitakere) 시 시장 등이 관련 타깃이 되어 일대일로를 찬양하는 등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됐다.
정치 공작에 있어서 언론 대응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뉴질랜드 중국계 교민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먼저 현지 중국어 매체들에 대한 통제권부터 대대적으로 확보해나갔다. 이들 중국어 매체들은 콘텐츠를 모두 중국으로부터 공수받는 것은 물론, 언론인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에 가서 교육까지 받고 온다. 중국 공산당이 이들에게 노골적으로 보도지침을 내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뉴질랜드의 기성 주류 언론들조차 뉴질랜드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보도는 늘 조심한다. 애초 뉴질랜드 언론인들이 중국을 취재차 방문때마다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공공연하게 비용을 지원받아온 상황에서 뉴질랜드 언론들의 중국에 대한 보도가 객관적, 중립적이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뉴질랜드 현지 대학도 통일전선공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뉴질랜드 대학들의 유학생 중 1/3이 중국계인 상황이고, 이 중국계 유학생들은 현지 중국 대사관의 비호 속에서 뉴질랜드의 지성들이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조직적 압력을 넣고 있으며, 뉴질랜드 대학들을 통해 서방의 각종 선진 기술, 정보를 탈취하는데도 한몫 하고 있다.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해준 앤-마리 브래디 교수와 뉴질랜드
중국 공산당에 의해 자국 주권이 통째로 잠식당하는 사상 초유의 안보 위기를 최초로 고발한 이가 안온한 환경에서 계속 학문 활동에 정진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마법의 무기’ 논문 발표 이후 앤-마리 브래디 교수에게 일어난 일들이 그 자체로 중국 공산당의 뉴질랜드 침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게 됐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 관계자 또는 추종자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의 협박은 물론, 연구실과 집에서 차례로 영문을 알 수 없는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강의 현장에서도 수상한 자들이 잠입했다. 그녀의 수난에 결국 저신다 아던 총리와 인터폴이 관여하는 일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마치 자신의 처지를 변호하듯 뉴질랜드의 처지를 변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뉴질랜드는 중국의 정치 공작에 맞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경제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는 여타 약소국들을 위해, 마치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위험을 예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태평양에서 중국 공산당의 야심은 비단 뉴질랜드 침투 하나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은 올해(2022년) 4월 뉴질랜드 북쪽 섬나라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해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와 미국에도 큰 충격을 줬다. 협정의 핵심은 이 지역에 중국인들을 보호 목적으로 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파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5월에는 실제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8개국을 순방하면서 이 지역을 중국의 세력권으로 다지는 외교활동까지 벌였다. 중국이 뉴질랜드를 포함한 남태평양 전체를 자신들의 세력권으로 포섭해 미국의 태평양 봉쇄망을 뚫고 대만 문제로도 입지를 크게 강화하려는 의도가 확실히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크다.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중국의 은밀하면서 고압적인 정치적 영향력 확대 활동이 위험 수준에 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같은 누가 봐도 강대국의 경우보다는, 우리와 입지와 이해가 상대적으로 비슷한 뉴질랜드와 같은 중견국(middle-country)의 상황과 대응이야말로 더 큰 교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앤-마리 브래디 교수의 논문은 옆 나라인 호주의 지성사회에 특히 큰 가르침을 줬으며, 이에 중국 공산당의 호주 침투전복 공작 현실을 고발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의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의 출간을 이끌어내는데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민주 ‘마법의 무기’로 중국 공산당에 맞서야
약소국과 중견국은 강대국처럼 자기가 원하는 일을 다른 국가에 강제할 힘이 없다. 뉴질랜드는 그렇기에 앤-마리 브래디 교수 등의 제안을 좇아 먼저 자신의 체제부터 되돌아보고 강화시키는 일, 회복력(resilience) 강화에 집중했다. ‘피서픽 리셋(Pacific Reset)’으로 대표되는 남태평양에서의 뉴질랜드 주도권 재확립, 파이브아이즈 공동성명서 동참과 5G 네트워크에서의 화웨이 배제 검토, 그리고 뉴질랜드안보정보청(NZSIS)을 중심으로 한 외세의 정치공작과 관련한 대대적인 정보공개 캠페인 등이 바로 그렇게 나온 대중국 회복 정책이었고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뉴질랜드가 초청받았고, 4자가 별도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었는데, 분명 뉴질랜드의 경험과 정책이 폭넓게 논의되었을 것이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권위주의 초강대국의 횡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만의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는 그것이 내부에서 오건 외부에서 오건 결국 더 많은 자유민주주의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위협과 도전은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또다시 꽃피울 기회이기도 하다. 그녀가 이 책 마지막에 던진 낙관과 이상은 중국 대응과 관련해서는 늘 비관론, 현실론만 넘쳐나는 한국 지성사회가 시급히 접수하고 검토해야 하는 고언일 것이다.
“우리 민주제도에도 역시 ‘마법의 무기’가 존재한다. 바로 우리 손으로 정부를 선택할 권리, 법치를 통한 권력의 견제와 균형, 상무위원회와 언론위원회 등의 규제 기관, 법적으로 보장되는 학계의 비평과 양심, 표현과 결사의 자유, 그리고 제4의 집단, 즉 전통 언론과 뉴미디어 등이다. 이제 우리가 가진 이 마법의 무기를 사용해야 할 때다.”
추천사 p.5
핵심요약 p.24
제 1장. 개요 p.26
제 2장. 중국 외교 정책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 p.30
제 3장. 시진핑 시대 중국 정치 공작의 목적과 그 수법 p.42
“해외 중국인의 애국심과 능력을 한데 모아라”
외국인을 이용해 중국을 이롭게 하라
“중국의 메시지가 이 시대의 가장 큰 목소리가 되게 하라”
일대일로
제 4장. 중국이 뉴질랜드에 흥미를 보이는 이유 p.56
제 5장. 중국이 뉴질랜드에서 벌이는 정치 공작 활동 p.66
‘마법의 무기’를 꺼내들다 : 중국이 뉴질랜드에서 벌이는 정치 공작 활동
외국인을 이용해 중국을 이롭게 하라
중국의 글로벌 멀티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전략
중국 중심의 전략적 경제블록 구축
제 6장. 결론 p.124
제 7장. 후기: ‘마법의 무기, 시진핑 정권하 중국의 정치 공작 활동’ p.132
회복 전략(resilience strategy)을 공개하다, 2018-2021
감사의말 p.148
후주문헌 p.150
내주문헌 p.188
색 인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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