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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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기념관 리뉴얼 운영 방안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배경과 필요성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지닌 국내 유일의 인천상륙작전을 주제로 한 기념관이다. 그러나 현재 기념관은 전시 오브제를 단순히 나열하고 군사적 성과에 치중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어 관람객에게 충분한 흥미와 몰입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따라서 기념관은 단순히 전쟁의 기억을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평화와 연대의 가치를 확산하는 미래지향적 복합문화공간으로 전면 리뉴얼할 필요가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념관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공간 기능을 재편하며 전시·교육 콘텐츠를 혁신하는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한다.리뉴얼 추진 로드맵본 보고서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기초조사 결과와 국내·외 유사 기념관의 전시구성 사례분석을 토대로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리뉴얼 추진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설계했다. 리뉴얼의 비전은 “전쟁의 기억을 넘어, 평화와 연대의 미래로”이며, 3대 추진방향은 ▲기억을 계승하는 공공의 장소 지향 ▲평화교육 플랫폼 지향 ▲국제평화도시 인천 브랜드화 지향이다.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추진전략, 14개 추진방안, 42개 실천과제로 구성된 세부 로드맵을 마련했다. 로드맵은 공간 재구성, 전시 콘텐츠 혁신, 교육·체험 프로그램 강화, 국내·외 교류협력 확대, 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핵심과제를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리뉴얼 로드맵을 통해 기념관은 시민과 미래세대가 소통하고 공감하는 교육·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기대효과인천상륙작전기념관 리뉴얼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다음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첫째, 관람객 만족도 및 재방문율 증가이다. 스토리텔링 기반 전시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가 관람객의 흥미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과 편의시설의 확충은 만족도와 재방문율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둘째, 지역 문화 경쟁력 강화이다. 기념관은 단순한 현충시설을 넘어 평화·인권·국제연대의 가치를 확산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함으로써 인천시의 문화적 위상을 높여 도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셋째, 국가적 상징성 및 브랜드 가치 제고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전쟁의 비극을 넘어선 평화의 가치를 세계에 확산하는 거점으로 기능함으로써 기념관의 국가적 상징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기념관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교육 및 평화외교의 중심 공간으로 브랜드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정책제언현재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협소한 공간으로 리뉴얼 추진에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기념관의 정체성과 기능을 확장하고 전시·교육·체험을 아우르는 포괄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현장인 월미도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전을 통해 기념관은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가치를 충실히 전달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문화·교육 기능을 함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2025. 03. 01. ~ 2025. 08. 31.자세히보기 -
인천시 행사·축제사업의 효율적 관리 방안
행사·축제 예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사전적 관리기준 마련코로나 19 이후 행사·축제성 사업의 지속적 증가,행사·축제성 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 사전적 제도적 장치 필요인천시 행사·축제성 사업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관광공사 등 공기관 대행의 행사·축제 예산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각종 행사·축제 사업의 중복성, 예산 소요 등에 대해 진단, 평가하는 관리시스템을 마련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산 편성 시, 사업계획 사전체크리스트, 비용 산정 내역서 등을 통합 사업 계획, 예산규모의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인천시 행사·축제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 과정을 분석하여, 행사·축제성 사업 예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사전적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본 연구의 주요 목적이다.행사·축제성 사업의 특징이 고려된 사업계획의 판단기준 부재행사·축제성 사업과 관련된 관리 제도는 사전적, 사후적 관리제도로 구분되며,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거나 재정 지원하는 각종 행사·축제성 사업의 효율적인 재정운용과 사업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만, 기존 사전적·사후적 관리 제도는 “행사·축제성 사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예산을 수반되는 모든 사업”을 대상으로 심사,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행사·축제성 사업의 특징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업 규모와 유형 등에 따라 관리 대상이 정해지다 보니, 전체 행사성 사업이 아닌 일부 행사성 사업이 대상이 되어, 대다수의 행사축제 사업이 사전적·사후적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사⋅축제성 사업의 세부 항목 구성의 공통적 기준 부재2024년 기준, 인천시 행사·축제성 사업 350개를 바탕으로 세부예산의 비용항목과 비용항목별 세부 내역 검토 결과, 각 사업마다 항목구성의 세밀함이 상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일부 사업의 경우 1식, 1억 원 등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많은 사업들이 기타 운영비의 비중을 높게 편성하고 있어, 원가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행사 유형별, 규모별 항목 구성의 편차가 발생하며, 항목 구성의 참고 기준이 상이한 실정이다. 경기대회(체육행사), 교육·토론회·워크숍, 기념식·전시회, 일반행사 등 행사·축제 유형별로 항목 구성이 상이함에도 항목 구성의 기준은 부재한 실정이다. 또한, 인건비, 인쇄비·소모품비, 회의출장비, 업무추진비, 기타 운영비, 시설비(임차료), 대관료, 행사실비 보상비 등 세부 비용 항목별 공통적인 참고자료 제시가 필요한 실정이다. 행사⋅축제성 사업의 사전적 관리 방향인천시 행사·축제성 사업의 사전적 관리는 예산 편성시 사업계획서 검토의 객관성과 신뢰성, 일관성 확보에 목적이 있다. 행사·축제성 사업은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되는 사업이지만, 일반적으로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과 달리 예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재정관리 측면뿐만 아니라, 행사·축제를 통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효과를 위한 행사·축제의 질적 측면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행사·축제성 사업의 관리는 사전, 사후 관리 제도를 통해 다차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을 수반하는 모든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에 포함되어 관리되고 있으므로, 기존 행사·축제성 사업의 사전적 관리제도의 한계를 보완하여 행사·축제성 사업의 특징이 반영된 사전적 관리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업계획의 적정성 측면에서 행사·축제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예산편성 시 활용 가능한 사전적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용항목 구성의 적정성 측면에서 사업계획서 작성 시 비용항목 구성에 있어 세부항목에 대한 구성요소와 참고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2025. 01. 01. ~ 2025. 08. 31.자세히보기 -
인천 물류기업의 디지털 전환(DX)현황과 발전방안
인천 물류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 인식 개선부터 생태계 조성까지본 연구는 인천지역 물류기업의 디지털 전환(DX)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 다수의 기업이 디지털 전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기보다는 단순 자동화로 인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디지털 전환을 '단순 자동화'로 인식, 전략적 접근 미흡인천 물류기업 10곳 중 8곳이 디지털 전환(DX)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등 인식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기업은 DX를 ‘물류 혁신’(19.6%)이나 ‘IT 투자’(13.3%)와 같은 전략적 관점보다 단순 기술 도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는 DX를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가 아닌 단기적인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간주하게 만들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영세한 기업 구조, 디지털 전환 추진 동력의 한계2023년 기준 인천에는 3만 7천여 개의 물류기업이 활동 중이나, 전국적으로 물류기업의 97% 이상이 9인 이하 소규모 사업체인 상황이다.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이들 기업은 자발적인 기술 도입과 시스템 전환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DX를 도입해 운영 중인 기업은 22.8%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55.4%)은 도입 계획조차 없었다. 초기 투자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이 주요 걸림돌로 지적되며, 특히 1~2인 중심의 영세한 구조와 운전자의 고령화가 특징인 화물운송업에서 이러한 한계가 더욱 두드러졌다.인식 개선을 위한 맞춤형 교육·지원 체계 강화 필요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기술 보급 중심의 단편적 지원을 넘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디지털 역량 검진(Digital Health Check)’ 사례처럼 기업 스스로 디지털 준비 상태를 진단하고, 단계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받는 체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또한, 대기업이 아닌 지역 중소 물류기업의 성공 사례를 적극 발굴·홍보하여 ‘DX는 투자’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교육 측면에서는 재직자의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기·온라인 교육과정과 수준별(초급-중급-고급)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대학 및 공공기관과 연계해 실무교육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인천 물류산업의 미래를 위한 4대 핵심 전략본 연구는 인천 물류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① “왜 필요한가” 공감대 형성, ②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실행력 확보, ③ “무엇이 필요한가” 실질적 동력 제공, ④ “어디서 함께할 것인가” 산업기반 조성 등 4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식 전환을 위한 ‘DX 나침반’ 프로그램 도입,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연계형 교육 체계 구축, 재정 지원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유형 인프라 및 데이터 허브 구축 등이 필요하다.
2025. 02. 12. ~ 2025. 07. 31.자세히보기
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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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해상풍력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
■ 연구 개요 ○ 인천의 해상풍력 사업은 민간 개발과 공공 주도의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4년 8월 산업부의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인천시는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 추진을 본격화 함 ○ 본 보고서는 해상풍력과 관련된 인천의 산업적·제도적 여건을 살펴보고 해상풍력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해외 도시의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향후 인천시의 해상풍력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언함
2025. 10. 29.자세히보기 -
창의도시 실현을 위한 인천시 특별건축구역 제도 운용전략
■ 연구개요 ○ 인천시는 2025년 5월 ‘산곡3 재개발 정비사업구역’을 첫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며, 경직된 규제를 넘어 창의적 도시경관을 창출할 제도적 전환점을 만들었음 ○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에 근거해 용적률·높이·일조 등 특례를 유연하게 부여할 수 있어 주거환경의 질과 도시 품격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나, 서울과 공동주택 중심의 편중과 공공성 판단의 정성적·비일관성이 한계로 지적됨 ○ 본 연구의 목적은 기존 건축·도시·경관 계획과 연계해 인천만의 전략적 후보지를 발굴하고, 창의도시 전략을 실현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특별건축구역을 정착시키기 위한 운용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음
2025. 10. 13.자세히보기 -
2025년 인천 부동산 시장 진단
■ 연구개요 ○ 경기불황 등으로 인천시 세원 근간인 취득세 징수에 위기가 고조되며 재정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확한 현황 진단이 필요함. ○ 정책 효과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정확한 인천 부동산 시장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인천 부동산에 대한 각종 정보 왜곡(유튜브/인터넷)에 따른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임. ○ 송도, 청라, 부평의 주거용 부동산 및 상업용 부동산 현황을 진단함. 한국부동산원에서 지역별 부동산 현황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권역이 넓어 세밀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함. 본 연구는 보다 지역 특화적으로 세밀하게 연구를 수행하여 실제 현황과 연구 결과가 일치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함.
2025. 09. 04.자세히보기
인천경제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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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0호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천시 뉴스심리지수 개발 및 시사점
인천 경제산업 Issue & Trend 제25-10호 (2025.10.24) Ⅰ. 이 슈 (경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천시 뉴스심리지수 개발 및 시사점 Ⅱ. 주요 산업 현황 (제조) 반도체산업 시장 동향 (부록) 주요 산업 수출입지표 Ⅲ. 국내 정책동향 (경제) 10월 1일부터 법인 소상공인도 ‘비즈플러스카드’ 이용 가능 (경제) 정부, EU 철강 수입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 추진 (경제) 국토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산업) 산업부, 외투기업 R&D 지원체계 강화 추진 (산업) 해외 진출 추진하는 기업에 특허·상표 ‘초고속심사’ 지원 (산업) 과기부-산업부-중기부, 제조·산업 인공지능 전환(AX) 협력 본격화 (주거) 국토부, 11월 28일까지 맞춤형 특화주택 공모 실시 (문화) 문체부,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사업 공모 시작
2025. 10. 24.자세히보기 -
최근 인천경제 2025년 9월호
Ⅰ. 지역경제 생산 확대와 신흥시장 수출 증가에도 재고 누적 심화, 기업심리 악화 등으로 설비·건설 투자와 고용 여건이 위축되며 실물경기 둔화 지속 (기업경기) 제조업 생산 증가에도 재고 누적이 심화, 기업 체감 및 경기지표 악화로 경기둔화 지속 (투 자) 반도체와 운송장비 중심으로 설비투자 위축 전환, 건설투자 부진 장기화로 투자 여건 악화 (수 출 입) 신흥시장으로 수출이 급증했으나, 주요 품목 부진으로 수출입 동반 감소세를 기록 (기업금융)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체 기업대출잔액이 소폭 확대된 가운데, 기업대출 연체율도 다소 오름세 (고 용) 임금근로자 급감으로 고용률, 실업률, 고용 시장 위축, 자영업자는 역대 최고 수준 기록 Ⅱ. 시민경제 소비심리 개선과 소비자물가 안정, 소상공인·전통시장 반등 등 긍정 신호에도 소비 증가세 제한, 주택경기 침체 지속 등으로 시민경제 회복 둔화 (소 비) 인천 소비지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소비심리 개선으로 소비 여건 점진적 회복 (물 가) 농축수산물 상승에도 에너지와 서비스 증가세 둔화로 물가상승률이 하락 (가계금융) 대출 규제에 따른 신규대출 감소에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해 가계대출잔액 상승 지속 (소상공인) 인천 소상공인·전통시장 BSI가 큰 폭의 반등을 보였고, 수도권 경기 체감 개선 (부 동 산) 인천 매매·전세가격의 약세 지속, 수급 부진 및 거래량 급감으로 주택경기 침세 심화
2025. 09. 29.자세히보기 -
제25-09호 인천시 뿌리산업 현황 및 시사점
인천 경제산업 Issue & Trend 제25-9호 (2025.09.23) Ⅰ. 이 슈 (산업) 인천시 뿌리산업 현황 및 시사점 Ⅱ. 주요 산업 현황 (제조) 자동차산업 시장 동향 (부록) 주요 산업 경기지표 Ⅲ. 국내 정책동향 (경제) 이재명 정부 5대 국정 목표·123대 국정과제 발표 (경제) 2026년도 부처별 예산안 중점 투자 분야 내용 요약 (경제) 정부, 관세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총력 (경제) 내수 촉진을 위한 소비 환급행사 및 2차 민생회복 쿠폰 지급 시작 (금융) 공급망 취약 고리 보완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 시행 (금융) 정부, 소상공인 회복 및 안전망 강화를 위해 다방면 지원 추진 (산업) 의약산업 혁신을 위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 발표 (노동) 고용노동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발표
2025. 09. 23.자세히보기
한중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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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외교로 여는 더 큰 대한민국: 평화·공영·포용의 외교 대전환
2025년 10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큰 외교로 여는 더 큰 대한민국: 평화·공영·포용의 외교 대전환』의 공동저자인 이기현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글은 복합 위기의 국제질서와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라는 구조적 맥락 속에서 한국 외교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중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논의합니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 인식 변화, 사드 갈등 이후의 전략 환경, 지속 가능한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분석하며, 상생 ·혁신 ·공감을 지향하는 새로운 한중 협력 모델을 제시합니다. 『큰 외교로 여는 더 큰 대한민국: 평화·공영·포용의 외교 대전환』은 빛의 혁명으로 표현되는 헌정질서 회복의 역사적 경험이 단지 국내 정치에 그치지 않고, 외교· 안보 정책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 아래 모인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문제의식과 다양한 정책 혜안을 담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의 참여 집필진 중 한 명에 불과하여, 저자들의 냉철한 현실 진단과 사려 깊은 혜안을 정확하게 전달 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지면을 통해서는 본 책의 전체적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저자가 직접 집필에 참여한 미·중 관계, 한·중 관계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 큰 외교와 평화·공영·포용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현재는 불확실성, 비예측성, 불안정성, 각자도생의 키워드로 특징지어지는 소위 복합 위기의 시대이다. 대한민국 외교는 이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대한민국의 외교 패러다임을 ‘작은 외교’에서 ‘큰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외교’는 단지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력에 걸맞은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평화(Peace), 공영(Co-prosperity), 포용(Inclusion)의 3대 가치에 기초한 대외전략을 체계화하는 개념이다. 평화는 남북 간 적대의 시대를 넘어 ‘차가운 평화’를 정착시키고, 동북아 및 글로벌 평화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외교를 의미한다. 공영은 개방형 통상 국가로서 다자협력, 공급망 재편, 경제외교의 고도화를 통해 경제 안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포용은 재외동포, 이주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외교의 사회적 기반을 확장하고, 공공외교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방향을 뜻한다.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가치와 이익, 연루와 자율성, 보편과 특수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화, 외교무대를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개방, 그리고 위기 대응과 정책 실험을 적극 수행하는 창의가 핵심 원리로 제시된다. » 8개의 질문과 대안 책의 본문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장마다 대한민국 외교의 주요 문제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저자들의 해답 찾기가 진행된다. 대한민국 외교·안보 문제에 조금만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다양한 궁금증들을 쉬운 질문의 형태로 던지고, 모두에게 정답은 아닐 수 있을지라도, 현재의 대한민국에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하였다. 1장의 주요 질문은 “세계질서 전환의 시대, 대한민국 외교·안보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이다. 본 장에서는 미국의 쇠퇴로 인한 자유주의 질서의 위기와 이로 인한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가 대한민국 외교· 안보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현재의 국제질서 상황을 복합 위기, 복합 도전으로 특징지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길이 왜 평화·공영·포용의 ‘큰 외교’가 되어야 하는지 논증한다. 2장의 질문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국방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저자는 과연 우리가 현재의 안보 환경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객관적인 현실 진단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안보 전략의 거시적 틀부터 한미동맹, 주한미군 문제, 북핵 대응 등 세부적 각론까지 하나하나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 국방의 근본 문제를 자주역량의 결여라고 다소 뼈아픈 진단을 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국방 개혁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3장의 질문은 “트럼프 시대 한미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이 장은 서두부터 “트럼프의 미국이 여전히 자애로운 패권국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현재의 미국을 불량한 초강대국이라고 정의하고, 향후 전개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분담 폭탄들을 우리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세밀하게 검토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하였다. 나아가 향후 한·미관계를 상생과 상호 존중의 관계로 만들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4장의 질문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현 국제질서 속에서 한·중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이다. 이 장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도 변화했다는 구조적 배경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한·중 갈등의 현실 진단, 향후 관계 발전을 위한 방법론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5장의 질문은 우리의 주변국 외교에 관한 것이다. 일본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는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감정–현실–가치가 공존하는 외교 구조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 인상적이다. 과거사 문제는 감정의 영역, 경제·안보 협력은 현실의 영역, 인권과 역사 정의는 가치의 영역으로 분리하고,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외교 구조 설계를 제안하고 있다. 한·러 관계에 대해서는 러·우 전쟁 이후 복구 사업,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에너지 협력 등 러시아와의 실질적 협력 기반 확장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6장의 질문은 “동북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 외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이 장에서는 새로운 K-글로벌 외교 개념을 제시하는 동시에, 아세안, 유럽,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보호주의 확산의 국제질서 속에서 실질적 경제 안보를 위한 구체적 대안과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 7장의 질문은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소위 적대의 시대로 역대 최악의 상황이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와는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차가운 평화’를 우선적으로 만들 것을 주장한다. 9.19 군사합의 복원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 및 적대성 완화와 남·북 교류 협력 재개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진정한 ‘뜨거운 평화’의 실현을 위해 지속 가능한 평화 통일 체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8장의 질문은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이다. 이 장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대표하는 ‘빛의 혁명’을 외교 자산으로 삼아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기여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동시에 세계 한인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하여, 재외동포를 긴밀하게 잇고, 지속 가능한 이민정책을 통해 이주자를 크게 품는 더 큰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미·중 갈등 시대, 중국에 한반도란 무엇인가? 여기서부터는 책의 4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중국에 한반도 문제는 늘상 미·중 관계의 하위변수이다. 특히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최근 상황은 중국과 한반도 관계를 더욱 미·중 관계의 프레임 안에 가두게 한다.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는 북한의 완충지대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시킨다. 그렇다고 북·중 혈맹이 완전히 복원된 것은 아니다. 북한이 중국의 의도와 달리 러시아와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추진하였고,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은 미국을 중국 앞마당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북한은 중국에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까다로운 자산’이지,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으나, 경제적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더욱이 중국은 한·미동맹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으로 편입되는 것을 저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게 한국은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계산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레버리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반도와 중국 관계에 있어 미·중 갈등이라는 구조 변인의 영향력은 상당 기간 막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동맹을 대외전략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이 구조 변수의 원심력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전략적 자율성과 구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일변도 정책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에서도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 중국은 상생과 혁신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 현실이 녹녹하지는 않은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럴 경우 기존 공식에 의존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이해가 교차하는 공간 혹은 이슈 영역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형식보다는 지속 가능한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 한·중 간에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전략대화 채널이 시도됐지만, 정치·외교 갈등 이슈가 발생하면 교류가 전면 중단되는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어 왔다. 당연히 정부 차원, 1.5트랙이나 2트랙 등 중국과 소통구조를 다원화하고 정례화시키며 제도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중 간 갈등의 부침과 관계없는 지속 가능한 대화이다. 또한, 경제·산업 협력의 혁신과 고도화가 필요하다. 한·중 경제 관계는 이미 수직분업에서 수평분업으로, 구조적으로 변화하였다. 이제는 어떻게 중국을 이용할 것인지 냉철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어디에서 앞서고, 중국이 무엇을 잘하는지 확실하게 판단하고 이후를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중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묻고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같이 만들어가는 한·중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 혐중을 넘어 공감을 이룰 수 있을까? 계엄과 탄핵 정국은 대한민국 사회의 뿌리 깊은 혐중정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는 갑자기 생긴 것도, 우리만의 특수한 현상도 아닌바, 차근차근 꼬인 매듭을 풀어간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무차별 혐중이 한국 외교와 국익을 훼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혐중 정서 확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에 따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혐중 정서는 유독 청년층에서 강하다. 극단적 혐오에 대한 윤리적 교정과 사법적 대처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현실과 물적 기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셋째, 기본적인 인적 교류를 복구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교류 협력 주체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지방정부, 시민사회 등의 역할을 강화해 대화의 창구와 미래의 기회를 보장하고, 이를 지방· 도시 외교와 공공외교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중 간 공감의 시대는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 대한민국의 큰 외교를 열기 위해 소위 위기의 시대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였듯이, 글로벌 복합 위기에 직면한 외교· 안보적 문제 역시 국민의 관심과 지성의 결집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작은 국가가 아니다. 국력에 걸맞은 외교적 자율성도 갖추어야 하고, 지역을 넘어 글로벌로 외연을 확장하고, 평화, 공영,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큰 외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이 국제질서의 변화,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현실을 이해하고, 냉철한 진단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혜안들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큰 외교로 여는 더 큰 대한민국: 평화·공영·포용의 외교 대전환』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2025. 10. 29.자세히보기 -
중국의 미래, 대안을 묻다
2025년 9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중국의 미래, 대안을 묻다』의 편자인 이희옥 교수의 글을 게재합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구체적 시나리오 분석이나 정책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온 기존의 중국 미래 연구와 달리, “중국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적 차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즉, 보다 평화롭고 지속가능하며 협력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한국적 관점에서 모색한 새로운 접근입니다. 책은 중국의 체제와 이념의 구속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현실에 기반한 미래 기획의 방향과 의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대혼돈 속에서 중국이 어떤 미래를 ‘설계 해야 하는가’를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의 정치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규범적, 비관적 평가를 넘어 현재 당국가(Party-state)체제, 미중 전략경쟁과 국제환경, 경제적 침체, 사회적 갈등과 긴장 등 주어진 조건 속에서 중국이 대안의 미래를 만든다면 어떠한 상상력이 필요한가를 묻고자 했다. 특히 패권국가로서의 초조감, 흔들리는 기축 통화체제, 대도시의 포화, 민주주의의 역진(backsliding) 속에서 미래 질서를 미국에 온전히 맡기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국제적 발언권 강화를 필요로 하고 개발도상국으로서 실험공간이 남아 있으며, 추격국가로서 소프트 파워를 확대해야 하는 중국이 세계를 향해 무엇을 발신해야 하는가를 정치, 경제, 국제, 사회, 기술 등의 각 영역 의제를 제3의 시각에서 제시했다. » 공공선을 향한 미래기획의 배경: 전지구적 혼돈 오늘날 국제질서는 ‘세력권의 정치’, ‘강대국 정치의 비극’이 나타나면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국제무역, 연대와 협력에 기초한 다자주의,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바로 그 자리에 패권주의, 일방주의, 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 인종주의, 인기영합주의 등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이것은 어렵게 쌓아 올린 지구촌의 평화와 연대를 향한 인류의 오랜 열망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미·중 전략경쟁의 첨예한 균열대(fault line)인 동아시아에 옮겨붙었다. 사실 동아시아는 경제협력과 인문교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역공동체와 지역 정부를 설계하는 상위정치(high politics)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따라서 세계화와 반세계화를 동시에 성찰하고 대안적 이니셔티브 또는 발전모델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간 이 지역에서 강대국의 전쟁, 핵전쟁이 없는 질서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의 세계와 다양한 문명(One World, Multi-Civilizations)’의 시대, 국경과 민족을 넘어 사고하고, 모든 사람과 재화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하나의 ‘지구촌’에 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치체제와 제도, 가치와 이념, 문명의 충돌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영토분쟁과 핵 위협 등 각자도생의 안보현상은 결코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가져온 생활세계의 변화는 전문가과 일반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이런 점에서 국가와 세계는 미래와 인간을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 물질적 부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으나, 이를 운영할 수 있는 보편적 규범과 메커니즘의 부재 속에서 인간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국제질서도 무역과 기술, 제도와 규범, 가치와 이념 등의 영역에서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과 국가주의가 부활하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지금 여기서’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지구의 불확실성, 불명확성,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약육강식의 수직적 국제질서를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존중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작업도 더는 미뤄둘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인공지능 및 Chat-GPT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바이러스나 기술혁신의 영역이 아니라 지난 500년간 지속해 온 근대 과학기술 문명, 지구의 존재방식, 인간중심적 역사관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정보화·과학기술 발전을 수단으로 삼는 ‘평평한 지구’, 주권국가의 독립적 존재를 넘어 주권적 의무(sovereign obligation)에 복무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모색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따라서 손에 잡히는 정책부터 실험해 볼 필요가 있었고, 중국의 미래와 그 대안을 묻는 작업도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 바닥을 향한 미중경쟁의 극복과 중국 이니셔티브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자유’와 ‘질서’를 쉽게 버리고 있고, 중국은 그 공백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질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 9월 초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이른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80주년 기념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세계를 ‘전쟁’과 ‘평화’의 대립, 서방과 비서방을 구분했고 이 자리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도 제기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최종상황(end state)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시대가 저물어도 미국 우선주의, 미국 우월주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점이다. 2025년 제시한 미국의 방위전략(NDS) 초안의 핵심도 미국의 본토 수호에 주력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즉 미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대신 경제력과 군사력 등 ‘힘을 통한 거래’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사고와 방식으로는 미국이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점론(Peak China)을 수용하지 않는다. 중국 정점론의 핵심은 부동산 거품, 국가와 지방정부의 막대한 채무, 저출산‧고령화, 성장잠재력의 저하 등으로 중국에 점차 ‘기회의 창’이 닫히고 ‘취약성이 창’의 열리기 시작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의 역사적 경험에 비춰 중국은 취약성의 창이 더 열리기 전에 대만침공과 같은 공세적 군사정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중국정점론에 대비하기보다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는 근접한 경쟁국(near peer competitor)으로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즉 중국의 부상은 임박한 위협이기 때문에 모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중국의 기세를 조기에 꺾는 것이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과거 미중 관계는 하나의 카르텔처럼 움직인 것과는 달리 점차 디커플링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협력 속 부분적 갈등’보다 ‘갈등 속 부분적 협력’이 나타날 것이다. 반면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공세에 대해 참호를 깊게 파고 지구전(持久戰)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파고들면서 중-유럽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아시아 맹방인 일본, 호주, 인도, 한국 등과 관계를 개선해 미국의 힘을 빼고 있다. 중국과 인도 관계 개선을 통해 국경분쟁을 종식하고 국경시장을 확대하거나, 중국-호주의 경제관계를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시켰으며, 일본과 한국에 대한 한시적 관광비자 면제 조치를 일방적으로 전개한 것도 다분히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2025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중국주변공작회의>를 주재하면서 주변전략을 국가 대전략의 핵심으로 간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미중 질서경쟁에 대비해 글로벌 사우스에 강력한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공고화하는 한편, 일부 저개발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과 달리 무관세, 저관세로 맞서고 있다. » 새로운 게임체인저, 과학기술 경쟁 미국과 중국 모두 향후 미중 간 국면 전환 요소(game changer)가 과학기술과 미래산업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신형거국체제’를 수립하는 등 총동원 체제를 가동했다. 첫째, 핵심기술과 산업에 필요한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해외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 재편 등 연구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둘째,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연계하여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반도체 빅 펀드 등을 조성했으며, 정부 조달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편 중이다. 셋째, 강력한 정책 의지이다. 당과 정부는 과학기술위원회, 민군융합발전위원회 등을 조직해 핵심기술과 산업에 대한 자주화 실현을 위한 정책의지를 보이고있다. 당의 핵심인 중앙 정치국 집체회의에서 과학기술 관련 의제가 자주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넷째, 향후 중국의 미래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곽에서 중심을 포위하는 과학기술 외교도 선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표준 2035>나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의 정책 방향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중국은 양자역학, 통신장비,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었다. 2015년에 시작한 <제조2025>에서 제시한 목표 중 반도체 자급률을 제외하고 다른 분야는 목표 대비 달성률이 86%에 이르렀다. 제2의 스푸트니크로 불리는 딥시크(DeepSeek), 화웨이사의 7나노칩, 알리바바의 신형 인공지능칩 등의 출현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일하게 대중국 경쟁력의 기반을 갖춘 ‘산업의 쌀’인 반도체 분야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중국의 기술적 진화를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동맹국과 생각을 같이 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를 동원해 수출통제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4차산업의 주요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고 일부 영역에서는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내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가 중국의 활력을 주춤거리게 했으나, 다른 한편 ‘강요된 자립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추격 속도가 빨라지는 측면도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도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실패한 정책이며 오히려 중국의 기술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양국의 과학기술 경쟁이 인문주의적 통제 없이 극단을 치닫고 있고 이것이 군사적으로 활용될 때의 위험은 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 중국의 미래기획,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그동안 중국의 미래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고 구체적 시나리오 분석을 제시하면서 맞춤형 정책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보다 평화롭고, 보다 지속 가능하고, 보다 협력적 세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당위적 질문은 생략되었다. 이 질문은 중국의 미래를 정태적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미 패권국가이자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은 운신의 폭이 좁고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줄어들었다. 이런 점에서 역설적이지만 중국의 체제와 이념의 구속성을 ‘있는 그대로(what it is)’ 수용하면서, 현실에 가까운 미래기획의 방향과 어젠다를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몇 가지 대안적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첫째, 지구적 평화와 새로운 거버넌스의 영역이다.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대량살상무기 제한 등과 같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대안의 경제 영역이다. 현재와 같은 달러 패권체제는 수평적 경제 관계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21세기 자본주의 재수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국유영역을 과감하게 줄이고 민영경제와 사영경제 발전을 역진불가능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속가능한 사회 영역이다. 이것은 인구와 노동 등의 해결 방안에서 일국적 사유를 넘어 국제적 지평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공동화를 극복하는 스마트도시, 노동력의 국제적 유동, 도농의 협력적 통합, 글로벌 수준의 인구관리 등과 같은 의제를 모색해야 한다. 넷째, 미래산업의 영역이다. 중국의 기술 부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인공지능 등의 영역에서 데이터 플랫폼의 국제표준과 공공성 제고, 인간과 새로운 산업관계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 인공지능에 대한 인문주의적 통제규범을 제정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의 당국가 체제를 급격하게 전환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력주의(Meritocracy)를 혁신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개방적인 내부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2025. 09. 24.자세히보기 -
『미중 카르텔』과 그 이후
2025년 8월호 『인차이나브리프』 저자노트는 『미중 카르텔』의 저자인 박홍서 박사의 글을 실습니다. 『미중 카르텔』(2020)은 미중관계를 단절과 충돌의 역사로 해석해온 기존의 인식 틀을 비판하며, 양국 관계를 자본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형성된 상호의존적 구조로 분석한 저작입니다. ‘문호개방’에서 ‘차이메리카’에 이르는 경제적 연계, 그리고 미중 양국의 전략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국내외 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출간 5년이 지난 지금, 박홍서 박사는 이번 저자노트를 통해 미중관계의 본질을 다시 성찰합니다. 그는 ‘투키디데스 함정’이나 ‘디커플링’과 같은 위기 담론이 현실을 과도하게 위협의 틀로 고정시키고 있음을 비판하며, 외교 갈등의 이면에 작동하는 통치 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주목합니다. 국가 간 대립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국내 정치와 외교가 교차하는 지점을 짚는 이번 글은 『미중 카르텔』의 문제의식을 오늘의 정세 속에서 한층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5년 전 던졌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제는 더욱 복합적이고 날카로운 방식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번 저자노트는 그 연장선 위에서 미중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중요한 사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 240여 년 미중관계의 단절은 불과 20년 『미중 카르텔』이 출간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 책은 미 독립혁명 직후 중국황후호가 뉴욕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시점부터 오늘날까지 미중 관계의 전개 과정을 다룬다. 책의 핵심 주장은 미중 관계가 한국전쟁 시기부터 20여 년간의 단절을 빼고는 줄곧 상호 의존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미중 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자본주의 국제질서 ‘내’에서의 충돌과 조정이지, 그것의 전복을 불사하는 사생결단식 대립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면적인 충돌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 제국은 왜 아메리카를 ‘아름다운 나라(美國)’라고 불렀을까? 그것은 단순히 한자 음차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선책략’에서도 황쭌셴(黄遵宪)은 “금은보화가 풍부한 미국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탐하지 않으며 중국과 어떤 분쟁도 없는 나라”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은 다른 서구 열강과 다르게 중국 내 세력권을 만들지 않았으니, 청의 지배층 눈에는 당연히 좋은 나라로 보였을 것이다. 사실, 미국의 그런 ‘착한’ 행태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미국은 서부라는 광활한 내부 식민지 개척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중국에 세력권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청의 지배층에 이런 미국은 탐욕스러운 유럽 열강과는 분명 다른 존재였다. 게다가 그런 우호적 감정에 ‘원교근공’ 전략이라는 전략적 사고도 더해졌다.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과 연대해 인접한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마오쩌둥이 1970년대 초 미국에 접근하면서 원교근공 전략을 다시 소환했던 사실은 미중 관계에 면면히 흐르는 지정학적 사고를 드러낸다. 미국은 왜 중국에 접근했을까? 중국 시장이 그 핵심 이유였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생래적으로 경제 이익을 실현하려고 만들어졌다. 유럽 열강들은 국가가 이미 존재했고 자본주의가 출현했다면, 미국은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만들어졌다. 영국 왕이 식민지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억압했기 때문에 독립한다는 미 독립선언서만큼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근거는 없을 것이다. 이런 미국에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영토는 처음부터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황후호가 먼 길을 돌아 중국으로 향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은 1899년과 1900년 매킨리 정권이 내놓은 ‘문호개방정책(Open Door Policy)’으로 공식화되었다. 그 핵심은 중국 시장에서 미국의 통상이익이 차별받으면 안 되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영토와 주권은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1912년 베이징 군벌정권과 1928년 난징 장제스 정권을 열강 중 가장 먼저 승인했던 배경에는 그들 정권의 문호개방정책 수용이 있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을 ‘응징’한 것도 일본이 중국 시장을 독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1949년 마오쩌둥 정권이 문호개방정책을 수용했다면, 그때 미중 관계는 정상화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중국 시장의 문은 완전히 닫혀버렸고, 그 문이 다시 열리는 데에는 30여 년이 필요했다. 2025년 5월 미중 제네바 관세 협상 합의 직후 트럼프는 “이번 합의로 중국 시장이 미국 기업에 더 많이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제 ‘문호개방정책’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그 내용까지 폐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투키디데스 함정의 ‘함정’ 미중 충돌론은 언론이나 학계에서 일종의 주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패권국 미국과 부상국 중국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20세기 초 독일 및 일본의 도전으로 인한 세계대전은 미중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이런 주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패권국 스파르타와 부상국 아테네 사이의 세력변화와 이에 따른 상호 간 두려움이라고 설명했다.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의 미중 양국도 충돌 회피를 위한 상호 노력이 없다면 그 전철을 되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미중 간 군사충돌은 실존적으로 의미가 없다. 핵무기 시대 ‘공멸’을 의미하는 미중 군사 충돌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의 전쟁 예측대로 들어맞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핵무기 시대에서조차 인간의 감정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오히려 생존 욕망이라는 변하지 않은 감정 때문에 핵전쟁 가능성은 감소하였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은 당장 내일이라도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양국은 국지적 충돌조차도 극도로 피하려 했다.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도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공멸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했다. 현재의 미중관계라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더욱이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는 과거 미소 관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현재의 미중 관계를 더욱 결착시키는 ‘안전 장치’가 추가된 것이다. 현 달러 패권 중심의 자본주의 국제질서를 미국이 만들었다면, 개혁개방기 중국은 그 최대수혜자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의 저렴한 노동력에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해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물건을 팔아 세계 최대의 ‘현금부자’가 되었다. “중국의 성장은 달러 패권체제 내의 자리 이동에 불과하다”라는 중국 경제학자 리샤오(李曉)의 자성은 이런 상황을 적확히 요약한다. 미중 양국이 군사 충돌까지 불사할 것이라는 주장은 자본주의 국제질서라는 ‘글로벌 리바이던’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실주의 이론가들은 중국과 미국은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무정부 상태 속에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상호 간 세력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투키디데스 함정론도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런 전제에 기반한다. 그러나 그 전제가 틀렸다면, 결론도 틀리게 마련이다. 자본이 세상을 모조리 ‘포획’해 버렸다는 탄식조차 이제 학술 상품으로 유통되는 시대에 미중 충돌론이라고 다를까? 들뢰즈는 문명화된 자본주의 기계는 야만적 전제기계(국가)에 늘 ‘냉소’를 보낸다고 말했다. 저 자본주의 기계는 미중 양국에도 그런 냉소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미중 디커플링이라는 신화 군사 영역에서 미중 대립의 정점이 맞부딪침(충돌)이라면, 경제 영역에서 미중 대립의 그것은 ‘헤어짐(디커플링)’이 된다. 디커플링은 미중 경제를 이어주던 글로벌 공급망이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것은 달러 패권체제로부터 중국이 퇴출당하거나 혹은 스스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미중 카르텔』 발간 즈음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 문제에 관한 논의가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1기 정권 당시 트럼프의 고문이었던 극우성향의 스티프 배넌 등이 주장하고, 미중 무역분쟁 상황에서 트럼프가 거론하면서 디커플링 개념은 언론이나 학계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일각에서는 『미중 카르텔』이 미중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디커플링 가능성을 경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차이메리카’는 이제 헤어질 결심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상황에 비추어 보면 디커플링은 현실보다는 담론에 가깝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미중 경제가 당장이라도 디커플링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양국 간 무역은 여전히 한해 6천여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미중 간 공급망이 형성된 이유는 정치적 요인 때문도, 감정적 요인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서로의 ‘비교우위’ 상품을 맞바꿀 때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이 만든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는데, 그 생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모든 것을 혼자 만들어 쓰겠다는 생각이 과연 합리적일까?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푸줏간 주인을 예로 들며, 각 경제 행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정 역할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고기를 파는 사람이 양조업자나 대장장이 일을 동시에 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의 정책결정자들 역시 디커플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제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2023년 샌프란시스코 미중정상회담은 ‘디커플링은 없다’라고 확인했다. 디커플링을 무기로 중국을 겁박하던 트럼프 정권조차도 그렇다. 재무장관 베센트는 중국과의 전면적인 디커플링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 개혁개방기 중국이 달러 패권체제의 최대수혜자란 측면에서 당연하다. 물론, 디커플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기존의 미중 경제구조가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했던 구조는 당연히 변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인해 중국 내 공장들이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는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스스로도 기존의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자신만의 원천기술개발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자본의 ‘중국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굴기에 성공한다면 미중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간의 상보적 관계가 경쟁적으로 변화될테니 갈등도 심화하지 않을까? 트럼프 1기 정권부터 첨단기술 영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 행태는 그 전조라 할 수 있다. 미 자본의 입장에서도 세계시장에서 자신들의 경쟁자가 된 중국 자본을 미 정부가 나서서 견제해 주니 싫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 등 특혜를 제공해 미 기업을 차별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상황조차 미중 경제가 결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굴기에 성공한 중국은 미국에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중국은 그만큼 더 큰 소비력을 갖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문호개방을 백여 년 동안 외쳐왔던 미국에 더욱 매력적인 접근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다면, 미국에는 결국 ‘두 개의 중국’이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첨단기술의 경쟁자인 중국과 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이 그것이다. 전자가 견제의 대상이라면 후자는 접근의 대상이 된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어떤 나라든 기술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실제로 기술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미국에 중국 시장은 훨씬 중요할 것이다. 자본의 붕괴는 ‘과소소비’ 때문이라는 홉슨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더욱 그렇다. 자본은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팔지 못하면 망하기 마련이다. EU 인구의 3배나 되는 거대한 시장을, 게다가 소비력이 강화된 중국 시장을 태생적으로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수립된 미국이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 통치권력의 문제, 『미중 카르텔』이 다루지 않은 것 『미중 카르텔』 발간 이후 필자는 기존의 미중 관계 분석들에 내재된 과도한 ‘국가중심성’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이 선행돼야 미중 관계를 보다 적확히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미중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관계를 분석할 때 우리는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국가들을 ‘통일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국가 안에 상존하는 다양한 권력관계를 보지 못한다. 국가가 아닌 통치권력의 관점에서 보면, 외적의 위협보다 ‘내적’의 위협이 그 일상성과 인접성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강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국가중심적 시각은 이런 상황들에 주목하지 않는다. 국가에는 외적만이 존재한다. 아니, 존재‘해야’만 된다. 국가중심적 시각이 대개 통치권력의 이해관계와 부합하는 이유이다. 국가중심성은 통치권력이 외적을 활용해 대내 결속을 다지기 위해 생산·유통하는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리들이 국제정치를 국가의 관점에서만 보도록 길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역사적 사례는 통치권력이 얼마나 내부로부터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장제스는 왜 ‘일본은 피부병이고 공산당은 심장병’이라고 주장했을까? 그는 공산당 척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며, 중국을 침공한 일본과는 탕구협정까지 맺으며 타협하려 했다. 한국의 12.3 내란 사태만큼 내적에 대한 위협인식을 명증하는 최근의 사례가 또 어디 있을까?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을 끌어들이려 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에게는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이 위협적일까? 아니면 중국이 위협적일까? 중국이라는 외적은 미국의 ‘내전 상태’에서 유용한 악역으로 끊임없이 소환당하는 것은 아닐까? 왜 트럼프는 “친중국 민주당이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민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게 했다”라고 주장할까? 바이든 정권은 2021년 3월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왜 인권문제와 경제문제를 두고 이례적 강경발언을 쏟아냈을까? 2022년 11월 중간선거 직전에는 왜 중국을 표적으로 하는 반도체법과 수출통제 정책, 그리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표했을까? 미중 관계를 국내정치에 소환하려는 행태는 시진핑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지면 CCTV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드라마가 방영되는 건 어떤 이유일까? ‘애국주의’는 반복적으로 미중 대립과 대내 응집이라는 맥락에서 소비된다. 물론, 시진핑 정권은 트럼프 정권처럼 노골적인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시진핑의 권력독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경제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대미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진핑 정권이 미국에 유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런 모습은 기층 민족주의 세력이나 당내 경쟁세력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 문제에 대한 시진핑 정권의 강경한 대응에도 이런 대내 정치가 연결돼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중 카르텔』의 후속편이 나온다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국가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양국 통치권력과 대내 정치적 맥락을 중심으로 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자본주의 국제질서라는 글로벌 리바이어던이 이러한 구조와 어떻게 조응하고 있는지도 엄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중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은 ‘관점의 민주주의’가 아닐까?
2025. 08. 27.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