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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이징은 트럼프의 유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는가

  • 등록일

    2026-09-23

“왜 베이징은 트럼프의 유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는가”

“Why Beijing Isn’t Taking the Bait with Trump” 


저자

Ryan H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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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

발행일

2026년 9월 9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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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경쟁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시진핑과 중국이 중시하는 여러 문제에서는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대우하며 ‘G2’ 구상까지 언급했다. 중국의 정치체제나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을 사실상 중단했고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도 일부 허용했다. 동맹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지도 약하며 동아시아의 항모전단과 미사일방어체계를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대만 문제에서도 대만이 긴장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향후 무기판매를 시진핑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않고 있다. 2026년 5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의 공개적인 찬사에 상응하는 표현을 하지 않았으며 이란 문제나 대규모 상업계약에서도 트럼프가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만한 장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제시한 ‘G2’ 개념도 거부하고 대신 시진핑이 제안한 ‘건설적 전략안정’을 양국관계의 틀로 부각했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자극하는 행동도 피하면서 정상 간 관계 자체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제관계에서도 중국의 대응은 제한적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중국의 대미 직접수출은 감소했지만 중국의 세계 전체 수출과 중국산 요소가 포함된 미국의 수입은 계속 증가했다. 중국은 트럼프 방중 당시 예상됐던 보잉 항공기 500대 대신 200대 구매 의사를 밝혔고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구매 약속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희토류와 자석 수출에서도 미국은 중국이 합의를 부분적으로만 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펜타닐 전구체 통제와 공동수사에서는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양국관계는 안정됐지만 전략적 경쟁 자체는 약화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 자국에 유리하다는 자신감이다. 중국 지도부는 2025년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가 물러섰다고 평가하고 2026년 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도 비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공급원 다변화를 통해 견뎌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의 힘이 점차 대등해지며 ‘전략적 교착’에 진입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목표는 미국과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적은 비용으로 안정을 유지하면서 자립능력을 강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두 번째는 트럼프의 대중국 유화노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제적 영향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수록 미국의 견제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역시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높이 평가하다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대중국 태도를 바꾼 경험이 있다. 2029년 트럼프 퇴임 이후 차기 대통령이 다시 강경한 중국정책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중국의 경계심을 높인다.


세 번째는 트럼프 개인의 유화적 발언과 미국 정부의 실제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드론・로봇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중국기업을 제재하며 희토류・자석 등 첨단산업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을 줄이고 있다. AI에서도 미국 기술체계를 다른 국가에 확산하려 한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AI 행동계획처럼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공식 전략을 트럼프의 우호적인 발언보다 중요하게 본다. 중국의 시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여전히 제로섬 경쟁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네 번째는 시진핑의 우선순위가 국내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대규모 반부패운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2022년 이후 중앙군사위원회와 전구급 고위 장교 101명이 해임되거나 사라졌다. 경제성장 둔화와 청년실업, 지방정부 부채에도 대응해야 하며 2027년 가을 21차 당대회를 앞두고 네 번째 임기와 지도부 인선도 준비하고 있다. 강력한 반부패운동으로 관료들의 정책적 자율성까지 약해지면서 대미관계에서 과감한 새로운 구상을 추진할 동력도 제한되고 있다.


결국 현재 미중관계는 문제를 해결한 안정이 아니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불편한 평온’에 가깝다. 양국 모두 상대를 압도할 결정적 경제적 우위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은 희토류 등 중국 의존을 줄이고 중국은 첨단반도체와 항공기 등의 자립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와 획기적인 관계개선을 추구하기보다 이러한 역량을 구축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관계를 관리하려 한다. 따라서 베이징은 미국과의 충돌도 원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유화적 접근을 장기적인 전략변화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중국의 핵심 목표는 현재의 안정을 이용해 향후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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