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국의 AI 자율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권 지키기
- 등록일
2026-09-23
“중견국의 AI 자율성: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권 지키기”
“Middle Power AI Agency: Preserving Choic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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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Douglas A. Redik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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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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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6년 9월 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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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공지능은 경제와 지정학적 힘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선도적인 AI 모델과 연산능력, 플랫폼을 통제하고 AI를 실물경제에 통합하는 국가가 세계경제와 국제질서의 조건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일본・한국 등 중견국이 미국이나 중국의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기술뿐 아니라 산업・국방・과학・보건・정보・문화・정치에서도 외부의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중견국의 목표는 미중과 모든 AI 분야에서 경쟁하거나 기술적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이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역량과 선택권, 이전 가능성,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야 한다.
중견국에 가장 현실적인 기회는 물리적・산업 AI 분야에 있다. 미국은 범용 AI 플랫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지만 로봇과 산업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배력이 약하다. 반면 중국은 이미 로봇과 산업자동화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2024년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의 54%를 차지했고 약 200만 대를 운용했다. 따라서 중견국이 가격이나 규모로 중국과 경쟁하기보다 의료・전력망・수자원・철도・항만・통신・국방・이중용도 제조업처럼 법적 관할권과 안보, 신뢰성, 상호운용성, 통제가 가격보다 중요한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전략이 ‘모듈형 주권(modular sovereignty)’이다. AI의 전체 가치사슬을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는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다른 분야에서는 상호의존을 관리해야 한다. 중견국들은 대규모 모델 학습과 일부 기반모델 연구, 연산 인프라, 에너지 투자, 데이터 등 규모가 필요한 역량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실제 응용과 배치, 언어와 분야별 활용에서는 국가와 기업의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Pax Silica와 이해가 일치하는 공급망 회복력과 대중국 대응에서는 협력하면서 독자적인 역량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별도의 능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본과 한국은 이러한 협력의 주요 기반이 될 수 있다. 일본의 Noetra 프로젝트에는 44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로봇과 물리 AI를 위한 일본형 멀티모달 기반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제조・물류・수송・의료・에너지・인프라 분야까지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과 로봇, 정밀공학, 산업현장의 운영데이터에서 강점을 갖는다. 다만 약 2만 7,500개의 Nvidia Rubin GPU를 사용할 예정이어서 연산 부문에서는 미국의 관할권에 계속 노출된다. 따라서 첨단 가속기 공동구매와 전략비축, 일본 Rapidus와 한국 Samsung 등의 역내 생산역량 지원, 산업용 특화 반도체와 소형 전문모델 개발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공동전략의 핵심축이 될 수 있다. 한국의 Sovereign AI Foundation Model 사업은 정부지원과 국내 컨소시엄 간 경쟁을 결합하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 개발된 한국 모델 4개가 Epoch AI의 주요 모델 목록에 포함됐다. 한국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와 전자・통신・배터리・조선・자동차・산업기계에서 강점을 갖는다. 일본의 로봇・센서・정밀제조, 한국의 반도체・통신・전자와 AI 모델, 유럽의 대규모 금융과 시장・산업기반을 결합하면 상호보완적인 중견국 AI 연합을 구성할 수 있다.
유럽은 자원과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가별 분절이 문제다. InvestAI를 통해 2,000억 유로의 투자를 동원하고 AI 기가팩토리를 구축하려 하지만 회원국들은 연산시설의 위치와 주도기업, 비용부담, 데이터 공유 등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AI 투자가 훨씬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별 국가 중심의 사업과 느린 실행은 미중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고착시킬 수 있다.
중견국 협력에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공공조달을 활용하면 자금지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EU 공공기관의 연간 조달액만 약 2조 유로로 GDP의 13.6%에 이른다. 참여국들이 핵심 인프라・통신・국방・로봇 등의 일정 비율을 상호 조달하기로 장기적으로 약속하면 기업에 안정적인 수요와 투자 가능한 수익을 제공하고 물리 AI에 필요한 운영데이터도 축적할 수 있다. 일본・한국・유럽 기업에 상호 조달시장 접근을 보장하면 개별 국가가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규모도 만들 수 있다.
중견국들은 미국이나 중국과의 협력을 끊는 대신 공동투자와 상호조달을 통해 대체 가능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참여국은 자금・기술・에너지・데이터・시장 접근 등 기여에 상응해 공동 인프라와 지식재산에 접근하고, 국가별 독자사업과 미중 기업과의 협력도 유지할 수 있다. 일본・한국・유럽이 보유한 자본과 기술, 인재, 산업데이터와 공급망, 시장규모를 결합한다면 미중과 동일한 AI 역량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기술적 자율성과 선택권을 유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