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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의 세계시민적 접근과 코리안디아스포라

  • 등록일

    2026-04-30

2026년 4월호 『인차이나브리프』의 저자노트는 『통일교육의 세계시민적 접근과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책임저자인 서수정 박사의 글을 싣습니다. 이 책은 기존 통일교육의 한계를 성찰하며,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초국적 경험을 매개로 통일을 한반도 내부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보편가치의 맥락에서 재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중국 조선족을 포함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그들이 형성해 온 초국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넘어 한중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하길 기대합니다.


» 문제의식의 출발점

오늘날 통일교육은 변화한 사회 현실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인식 틀을 제공하고 있는가. 통일교육은 오랫동안 민족공동체 의식, 안보 인식, 제도적 통합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왔다. 이러한 접근은 분단 상황을 설명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분단이 장기화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와 사회 환경이 변화한 오늘날에는 그 설명력과 설득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최근 통일의식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통일은 개인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못한 채 추상적 과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존 통일담론이 변화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202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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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상신 외, 『KINU 통일의식조사 2025』, 통일연구원, 2025, p.12를 참고하여 재작성


이에 본 저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복합적 과제 속에서 형성해 온 학술적・실천적 의미를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그 의미가 오늘의 맥락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문제 제기-가치 확장-실천적 재구성’이라는 단계적 논리 전개에 따라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제1부는 통일교육이 형성되어온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변화를 검토하고, 통일 인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 통일담론과 통일교육이 지닌 구조적 한계를 짚고, 세계시민적 관점이 오늘날 왜 불가피한 문제의식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구체화한다. 특히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전개와 현재를 살펴보고, 사회정치적 현실과 연결하여 고찰함으로써 통일 논의가 한반도 내부의 문제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2부는 세계시민적 가치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영역이다.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이론적 논의와 국제적 흐름을 바탕으로, 통일교육이 기존의 지식 전달이나 이념 중심 접근을 넘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특히 냉전기 디아스포라 문학과 교육 현장의 사례를 통해 한반도의 분단 경험이 세계시민적 언어와 감수성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통일과 평화가 제도적・정책적 논의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치・윤리・문화의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 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제3부는 인식, 외교, 연대라는 실천적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재외동포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하는 글로벌 통일환경 속에서의 통일공공외교, 그리고 코리안 디아스포라와의 연대와 협력 방안을 분석함으로써 세계시민적 접근이 정책과 사회적 실천에서 갖는 의미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통일을 국가 주도의 과제로만 다루기보다 시민사회와 디아스포라, 국제사회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다층적 과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3단계 구성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과 국제적 맥락 속에서 다시 읽고 재고찰하며, 함께 실천해나가야 할 과정으로 접근하려는 이 책의 기본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 세계시민적 접근의 필요성

한반도 통일을 둘러싼 기존 담론은 시대와 정세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그중에서도 민족주의 중심 담론은 분단 이후 남북 모두에서 가장 널리 공유된 인식 틀이자 정체성 기반의 통일담론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는 통일을 민족사의 필연적 과업이자 미완의 역사적 사명으로 규정하며, 분단 초기 사회적 결속과 공동체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 중심 접근은 분단과 냉전이라는 특수한 구조 속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냉전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던 한반도에서는 민족주의 담론이 남북 간 체제 우월성 경쟁을 심화시키고, 상대를 변화 가능성이 있는 협력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적대적 타자로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상대 체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고착화되었으며, 상호 불신과 긴장은 정치 담론과 제도 전반에 깊게 스며들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갈등 완화나 협력 시도조차 체제 흔들기 또는 이념적 양보로 간주하기 쉬우므로 장기적인 평화 구축에 필요한 정치적 상상력과 정책적 실험의 여지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즉 민족 중심의 접근이 본질적으로 부정적이라기보다 분단과 냉전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평화와 협력의 공간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세계시민적 접근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세계시민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시민 정체성을 넘어,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보편적 가치・책임・연대를 인식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따라서 세계시민적 접근은 분단과 냉전이 고착시킨 경직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한반도 문제를 보다 넓은 공동체적・국제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도록 이끌 수 있다. 또한 기존 민족주의 담론이 가진 배타성과 경직성을 보완하며, 개방적이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대안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통일을 단일 민족의 미완의 과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평화・연대라는 국제사회 보편가치와 연결된 문제로 재구성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한반도 통일을 지역적 과제를 넘어 글로벌 공공선의 문제로 확장해 이해하도록 한다.

한반도 통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에 비유될 수 있다. 이는 국토를 분단 이전의 상태로 단순히 복원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한반도는 국제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비교적 수동적으로 결정해 왔다. 일제강점기에서의 해방 또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고, 해방 직후 한반도는 곧바로 분단과 전쟁 그리고 이산의 고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축적된 집단적 경험은 오늘날까지도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역사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는 남북한 주민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바로 해당 지점에서 통일 논의의 지평은 한반도 내부를 넘어 외부로 확장된다.


»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초국적 행위자로서의 중국 조선족

이 책은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분석의 핵심 주체로 설정한다. 여기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혈연적 동질성이나 고정된 민족 정체성에 기반한 범주가 아니라, 한반도와 연결된 역사적 이동과 정착, 분단과 냉전, 세대교체와 문화적 혼종성 속에서 형성된 경험과 관계, 그리고 실천의 장으로 이해된다. 즉 ‘코리안’이라는 표지는 민족을 본질화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에서 형성된 다층적 경험이 초국적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변주되는 과정을 분석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저서에 등장하는 민족 관련 용어는 분단의 역사적 경험이 기억과 정체성 구성에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해 왔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서술적・분석적 개념에 가깝다. 즉 세계시민적 접근은 민족주의 담론을 재생산하기보다 그 담론이 형성・변형・충돌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를 성찰하고, 그 위에서 통일교육을 재구성하는 비판적 렌즈라고 볼 수 있다.

재중 조선족, 재일 조선인, 재러 고려인 등 해외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식민지배, 강제동원, 이산 등 한반도를 관통한 구조적 폭력 속에서 형성된 공동체로, 이들의 삶의 궤적에도 분단의 흔적이 깊이 남아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되었지만, 이들의 역사적 형성 과정은 남북한 주민이 겪어온 경험과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통일이 한반도 내부 문제에 한정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다시 말해, 통일은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온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공유하는 민족 자결의 과제이자 아직 완수되지 않은 역사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초국적 경계와 이동 과정을 통해 다중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경험과 자원은 세계시민적 관점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한반도 통일문제를 다층적이고 초국적 시각에서 재구성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은 통일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디아스포라의 경험과 감수성은 남북 간 신뢰 형성이나 관계 개선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조선족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족은 분단과 냉전의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중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온 집단으로, 서로 다른 정치・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주목할 점은 1992년 한중수교 이전부터 형성된 민간 교류와 네트워크이다. 국가 간 공식 외교관계가 부재하던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은 존재하였고, 이 과정에서 조선족은 미수교 국가 간 비정치 교류의 매개로 기능해 왔다. 이는 한중관계를 국가 중심적 시각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러한 초국적 네트워크는 단순한 보완을 넘어, 일정 시기에는 국가 간 관계를 선행하거나 그 방향과 긴장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즉, 한중수교는 중앙정부 간 외교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축적된 비정부행위자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족은 단순한 연결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체제와 사회를 경험하며 형성된 인식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중층적 행위자로 이해될 수 있다.


» 한중관계의 재사유와 확장되는 질문

이 책은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오히려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통일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 왔는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경험과 네트워크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인식과 실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한중관계를 포함한 보다 넓은 국제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조선족을 비롯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국가 간 공식 외교관계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형성된 접촉과 상호작용의 축적을 보여준다. 이는 한중수교를 단순한 외교적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와 층위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과정으로 이해하고, 기존의 국가 중심적 사고의 틀을 재고하게 만든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와 한중관계는 하나의 고정된 틀로 설명되기보다, 그 의미와 범위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야 할 대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을 비롯한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형성해 온 초국적 네트워크는 이러한 확장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한반도와 그 바깥을 연결하는 다양한 행위자의 경험과 관계를 새롭게 고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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